[淸河칼럼] 시이불견(視而不見)의 선량을 가려내야 할진대

박완규 주필

박완규250중용(中庸) 논어(論語) 맹자(孟子)와 함께 4서(四書)에 속하는 대학(大學)은 본래 예기(禮記)의 한 편(篇)이었던 것을 송나라 유학자 정호(程顥)가 따로 떼어내 구성했다. 윤리•정치•철학 등의 학문과 현실 정치 참여를 가르치고 있어 모름지기 천하를 경영하겠다고 나선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대학은 첫 장에서 ‘대학의 길(大學之道)’을 밝히고 있는데, 명명덕(明明德•명덕을 밝히는 일), 친민(親民•백성을 새롭게 하는 일), 지지선(止至善•지극한 선에 다다르는 일)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대학의 ‘3강령(三綱領)’이라고 하며,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수양의 길을 8단계로 제시했다.

격물(格物•사물의 이치를 파악하고), 치지(致知•나의 지식으로 끌어들이고), 성의(誠意•뜻을 진실되게 하고), 정심(正心•마음을 단정히 하고), 수신(修身•몸을 닦고), 제가(齊家•가정을 편안하게 하고), 치국(治國•나라를 다스리고), 평천하(平天下•천하를 평안하게 한다)로 이어지는 것으로 흔히 ‘8조목(八條目)’이라 한다.

대학은 8조목 중 정심(正心) 부분을 이렇게 설명한다. “수신을 하고자 한다면 우선 그 마음을 단정하게 해야 한다. 분노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쾌락을 좇는다거나 우환이 있으면 마음을 모을 수 없다. 마음이 흐트러져 있다면(心不在焉), 봐도 보이지 않고(視而不見), 들어도 들리지 않고(聽而不聞), 음식을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食而不知其味).” 탐욕이나 쾌락, 분노 등에 사로잡히면 ‘선을 좇는다(求善)’는 마음의 본(本)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여기서 나온 말이 바로 시이불견 청이불문(視而不見 聽而不聞)이다. 마음이 딴 곳에 가 있으니 사물을 봐도 그 정확한 의미를 볼 수 없고, 좋은 소리를 들어도 그 참뜻을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다. 천하를 경영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마음을 단정히 하고, 집중하라는 가르침이다.

6•2 지방선거를 100여일 남겨두고 향차 각기 지방 시도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선량(選良)들이 공천만 받으면 지사자리가 떼논당상이라 믿는 새누리당에 속속 입당원서를 내며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고 있다. 새누리당이 문전성시라면 장기간 민의에서 멀어졌던 민주당은 이런 저런 실정(失政) 탓인지 마치 개점휴업을 방불케 한다.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각 시도민을 기망할 대로 한 마당에 변명의 여지가 없음은 불문가지일 터, 자기 당의 사람을 당선시키려면 단 하나 만큼은 냉정하고도 집요하게 따져보고 사람을 들여야 할 것이다. ‘과연 시이불견 청이불문의 우매함에서 벗어나 치도(治道)를 할 만한 됨됨이인가’를… 언필칭,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향차 시민들에게 외면당하고 ’당’ 존립자체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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