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74>‘익숙한 것은 낯설게



   
 

오랜만에 찾은 용인의 산사에서 법장스님이 속가의 중생에게 "익숙한 것은 낯설게, 낯선 것은 익숙하게" 라는, 수행의 가르침을 일러주셨다. 참으로 가슴에 와 닿았다. 특히 ‘익숙한 것은 낯설게’가 그렇다. 익숙해지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니라.

사람이란 본디 익숙해진 감각에 갇히게 되기 쉽기 때문이다. 즉, 습관의 노예가 된다는 말일진대, 그러면 무엇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된다. 수행은 깨어있는 정신을 유지하는 것. 따라서 익숙한 것에 매몰되는 것은 금기시해야 한다는 큰 깨우침이다.

‘이 세상에서 가을 짐승의 털 끝보다 큰 것은 없고 태산은 작은 것이다. 어려서 죽은 아이보다 오래 산 자는 없으며 팽조(800세까지 살았다는 전설속 인물)는 요절한 자다.’ ‘장자’에 나오는 말이다. 상식적으로는 궤변으로밖에 안 들린다. 통념적인 의식체계로는 이 세계를 알 수가 없다.

‘돌장승이 아이를 밴다’는 식의 선문답(禪問答)의 세계와 같다. 일체의 시비와 선악이나 모든 분별을 초월한 경지, 털은 작고 태산은 아주 크다고 알고 있는 의식세계를 넘어선 경지. 이런 도인의 경지까지 가지 않더라도,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려는 자세는 보다 충만한 삶을 살도록 하는 데 큰 유익함을 주기에 틀림없다.

보통 낯선 것은 싫어하고 익숙한 것을 편하게 여기지만,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익숙한 것에 숨어 있는 진정한 가치를 지나치는 어리석음을 범하기 십상인 것이다. 낯선 곳에 여행가면 모든 것이 신기하게 다가와 즐거워진다. 아이들이 무엇이든 호기심으로 바라보며 즐거워하듯.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볼 수 있으면 이런 삶을 더 많이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없애고 아이같은 백지상태의 호기심으로 보면 안보이던 게 보이고, 눈에 익은 것도 신비하게 다가온다. 일상적 삶도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과학자가 중요한 발명·발견을 하고, 시인이 좋은 시를 쓰는 원천도 ‘낯설게 보기’임에 다름 아니다.

익숙한 감각에 갇히면 잃는 것이 많다. 습관적 의식, 상대적 세계관을 벗어난 자유로운 시각을 갖는데 있어 ‘익숙한 것은 낯설게’ 여김은 크나큰 지혜임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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