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런던올림픽에서 본 스포츠와 國格
이기백 / 발행인
![]() |
||
2012 런던올림픽은 영국이 낳은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앞세우고 화려한 개막식의 문을 열었다. 1948년 런던올림픽은 대한민국이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문이었다. 조선올림픽선수단은 64년 전 6월 서울 종로 2가의 YMCA회관에서 서울역까지 가두행진을 하고, 부산까지 기차로 간 다음, 후쿠오카·홍콩까지 배로,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방콕, 캘커타, 바그다드, 카이로, 로마, 암스테르담을 거쳐 21일 만에 런던에 도착했다. 조선올림픽팀이 런던에 도착한 다음, 제헌국회는 7월17일 대한민국 헌법을 공포함으로써, 우리 선수들은 ‘조선 선수’에서 ‘대한민국 선수’가 됐다.
대한민국은 런던올림픽이란 문을 통해 전 세계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88서울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면서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양궁 여자선수들이 금메달이 확정되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대한양궁협회 회장)에게 달려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눈 것은 그에게 아부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랫동안 수백억 원을 지원해 양궁을 키워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여자양궁이 7연패를 하고, 양궁에서만 30여 개의 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1985년부터 현대가 지원한 밑거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이 스포츠를 후원하는 것은 이익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삼척동자(三尺童子)도 안다. 이제 이런 현상을 냉철하게 상생(win-win)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근대올림픽의 이상과 현실의 변화를 생생히 목도한다. 프로와 아마의 구분도 없는데다 지나치게 상업화하고 있어 걱정들 하지만, 스포츠 마케팅이 없이 올림픽이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선수들의 우승 소감 대상이 조국(祖國)과 가족에서 기업과 직장,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 바뀌고 있다. 고의로 ‘져주기’ 경기를 한 선수들에게 철퇴를 가하며, 정정당당하게 페어플레이를 펼치는 스포츠 정신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올림픽은 국가 경쟁력의 각축장이요, 총성 없는 전쟁터요, 하나의 삶의 현장이다.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스포츠 환경도 변해야 한다. 그동안 대한민국이 올림픽에서 10위권에 들 수 있었던 것은 레슬링과 복싱, 유도와 같은 격투기 스포츠인들의 투혼과 땀이었다. 그 뒤를 이어 양궁과 사격 및 역도와 수영 같은 기록경기를 통해 10위권을 유지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특정 종목에만 의존해선 스포츠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육상경기와 같은 기초 종목을 키워야 한다. 지난 2000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체조의 양태영 선수가 금메달을 빼앗긴 이후,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박태환·조준호·남현희·신아람 선수에게 또다시 오심(誤審) 시비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세계 스포츠계에서의 영향력 확대가 절실함을 깨닫는다.
64년 전과 달리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는 민주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진정한 스포츠 정신과 선진화된 스포츠 문화를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선수는 머리를 숙이고 시상대에 올랐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펜싱을 즐기며 동메달을 딴 최병철 선수처럼 우리 선수들도 한층 성숙했다. 이제 한국 스포츠계도 격투 스포츠와 기록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에서 골고루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각계 각층의 모든 국민이 함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가운데, 최고의 기량을 가진 국가대표 선수들의 땀과 노력을 진정으로 이해하면서 성숙한 스포츠 마케팅을 확립하고 스포츠 외교력을 높이는 스포츠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선전을 기원함과 동시에 이번 런던올림픽이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문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 쓰기
댓글 작성을 선택하시고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