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민이 공유할 수 있는 역사가 없다”

[GTN-TV=박진형 기자] 강의 시간 때 있었던 일이다. 강연에 앞서 연사가 “대한민국 생일이 언제인지 아십니까?라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학생이 ”1945년 8월 15일“이라고 답했다. 다른 학생은 ”1948년“이라고 말했다. 1919년 상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됨으로써 이루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공부하기 위해 모인 우리들은 역사적 인식에서만큼은 제각각 차이를 보였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많은 나라들이 건국기념일을 갖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국민 다수가 공유할 수 있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영훈 교수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이를 잘 짚었다. “정치가 안정되고 사회가 잘 통합된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의 특징은 국민 대다수가 공유하는 국가의 역사가 건전하게 성립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이러한 공통의 특징을 찾기 힘들다. 건국 60주년인 2008년 8월 15일에 야당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기념식에 불참했다. 그들은 백범기념관이란 별도의 장소에서 따로 기념식을 거행했다. 심지어 야당은 정부가 ‘건국 60주년’을 기념하는 것을 두고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제기했다. 자유민주주의를 확립한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나라를 애써 부정하고 싶은 걸까.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정치가 불안정하고 사회가 내부 분열을 겪고 있는 듯하다.

광복이란, 광복독립(光復獨立)의 준말이다. 조국을 되찾은 날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것이 일제의 식민지로부터 해방한 날을 뜻하지 않는다. 1945년 8월 15일 해방 후에도 3년간 미군정의 지배를 받은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진정한 독립을 이룬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군정으로부터 해방되어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건국한 날은 1948년 8월 15일이다. 따라서 광복절은 1948년 8월 15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1947년 3.1절을 맞이하여 지어진 노래 가사를 살펴보면, 광복절이 언제인지 짐작할 수 있다. 노래 가사 중 일부를 인용하면 이렇다. “우리의 소원은 독립” 만약 1945년 8월 15일에 한국이 독립을 했다면, 2년쯤 지난 시점에서 독립을 염원하는 가사를 왜 지어 불렀을까. 독립이 아직 이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945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 독립일 즉, 광복절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날은 일제의 패망일이요, 한반도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의 관점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역사적 해설이 달라질 수 있다?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해석에 변질되지 않는 고정된 역사적 사실은 있다. 광복절이 그렇다. 이념과 편견에 의해 한 국가의 탄생 기념일이 빛바랜 기억으로 사라지는 현실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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