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올림픽이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까닭은
이기백 / 발행인
“스포츠는 정치에서 완전히 자유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 때 IOC 위원장이던 애버리 브런디지는 스포츠와 정치의 분리를 주장했다. 하지만 그것은 올림픽의 영원한 이상일 뿐이다.
현실에서는 스포츠가 정치에 말려들고 있다. 강대국은 이미지 강화를 위해 메달 경쟁에 열을 올리고, 약소국은 스포츠에서 우위를 확보해 정치적 약점을 보상받으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올림픽을 정치권력 강화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의도다.
1908년 런던 올림픽에서 핀란드 선수단은 국기 없이 입장했다. 당시 소련이 핀란드 선수단에게 소련기를 들고 입장하도록 강요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나치스 정권은 독일 올림픽위원장이자 IOC 위원장인 테오도르 레발트를 축출하려 했다. 그의 가계에 유태인 피가 섞였다는 이유에서였다. IOC 위원들은 이에 맞섰으며 결국 독일 정부가 물러났다. 그러나 올림픽 주도권을 둘러싼 공방전은 치열했다.
1940년과 1944년 올림픽은 2차 세계대전으로 중단됐다. 개최국과 도시는 전쟁 중에도 대회를 강행하기 위해 힘썼으나 포기해야만 했다. 1948년 런던 올림픽은 세계대전 후 동유럽의 대부분 국가를 소비에트연방에 병합하려는 소련과 이를 저지하려는 서방 세력 간의 정치적 갈등의 장이었다. 1952년 헬싱키 올림픽부터 소련의 참가로 자본주의 국가와 공산주의 국가, 미국과 소련이 대결 양상을 보였다.
근대 올림픽 부활 이후 스포츠에 대한 정치적 개입은 끊이지 않았다. 교육, 문화, 사회적 변천과 더불어 스포츠의 과학화, 승리 제일주의 등으로 그 기본 정신과 이념은 크게 흐려졌다. 이번 런던 올림픽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의 계산이 분주하다.
나탄의 말이다. “현대 스포츠에서 정치적인 암시는 피할 길이 없으며, 정치성이 배제된 스포츠 조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스포츠와 정치의 분리는 도무지 안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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