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1823) 시시비비是是非非

그림1김 삿갓으로 더 유명한 방랑시인
김병연金炳淵과 벗해 유작하고 있노라니,
옆 자리가 시끄럽습니다.

한참을 언쟁을 벌이는가 싶더니
기어코 드잡이 짓거리로 민폐를 끼칩니다.

김 삿갓께서
혀를 차며 한 수 시를 읊조립니다.

是是非非非是是 시시비비비시시
是非非是非非是 시비비시비비시
是非非是是非非 시비비시시비비
是是非非是是非 시시비비시시비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면
이것은 옳은 것이 아니고
그른 것을 옳다 하고 옳은 것을 그르다 하면
옳은 것이 아님이 아니다.
그른 것을 옳다 하고 옳은 것을 그르다 하면
이것은 그른 것이 아니고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면
이것은 그른 것을 옳다 하는 것이다.

참으로 김 삿갓다운
절묘한 현장 해석이 아닐 수 없고,
갖고 노는 모양새가 한문이 결코 난해한
것만은 아님을 웅변하는 듯합니다.

시是는 옳다, 옳다고 하다, 이, 이것,
여기 등의 뜻으로 쓰이고,
비非는 아니다, 등지다, 거짓, 나쁘다, 꾸짖다,
비방하다 등의 의미로 쓰이는 한자입니다.

조사와 어미가 붙어 문법적 기능을 나타내는
우리말과는 다른 게 한문이라,
이리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요.

보태지 않아도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입니다.

매사 겸양謙讓으로
시시비비是是非非가 없는 벗들의
일상을 응원합니다.

-목식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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