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긴장과 공포 틈에 적절히 섞인 유머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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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N-TV=박진형 기자] 영화 <터널>의 극중 인물 정수(하정우 분). 자동차 영업대리점 과장인 그는 큰 계약 건을 앞두고 있었다. 들뜬 마음을 붙잡고 집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터널 안을 지났다. 그때였다. 갑자기 터널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사방에는 콘크리트 잔해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약간의 빛과, 조금의 물, 78%의 핸드폰 배터리 양이 그가 가진 전부다. 동아줄이요, 희망이다.

이 영화는 터널에 갇힌 한 남자의 탈출기를 그렸다. 공간이 제한되다 보니, 표현과 활용할 수 있는 소품에 있어 제약이 따른다. 그러나 상황이 주는 소소한 재미와 배우의 표정을 세세하게 짚는 카메라의 시선이 예리하다. 특히 억지스럽지 않은 유머 코드, 배우의 익살스러운 대사와 연기가 균형 있는 감정을 만들어 낸다. 가벼움과 무거움의 조화. 한마디로 웃프다는 감정이 맞을 것이다.

정수와 구조대장 대경(오달수 분)과 통화하는 장면을 살펴보자. 대경은 정수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주위에 무엇이 보이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설계도면을 꺼내 들었다. 아뿔싸! 꺼내면서 설계도가 찢어진 것이다. 그러나 당황하지 않고 대경은 너스레를 떨면서 자연스럽게 넘어 간다. 또 정수가 터널에 갇혀 있을 때다. 차에 있던 케이크를 꺼내 아껴 먹었다. 언제 구조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연한 처사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니, 강아지가 이를 다 먹은 것이다. 욕이란 욕을 모두 써가며 강아지에게 퍼부었다. 이와 같은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극 내내 이어진다.

지루할 때쯤 틈을 매우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한다. 시의적절한 또 하나의 사건이 겹치면서 영화는 흥미를 점점 끌어 올린다. 몰입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한 주제를 향해 밀고 나간다. 터널에는 정수 혼자 갇혀있는 줄 알았는데, 근처에 여고생도 함께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수는 여고생을 도와주려면 자신을 생필품을 나눠줘야 한다는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된다. 나중에는 더 극심한 상황에 놓인다. 구조대원이 정수의 위치를 잘못 파악해 구조가 한참 지연된 것.

긴장과 공포의 틈에 적절한 유머코드를 잘 섞는다. 한 남자가 겪는 불안감과 공포감에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내면 묘사도 잘 처리했다. 특히 일부러 카메라를 흔들며 시선처리하는 게 압권. 솜씨가 좋은 감독이다. 한국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재난영화계의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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