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기원장 자질은 무력이 아닌 인성과 리더십임에야

박완규 주필

그림1요즘 태권도계가 오현득 신임 국기원 원장의 자격을 놓고 국내외 사범들이 양편으로 갈린 채, 퇴진과 불가 논쟁으로 뜨겁다.

해외 사범들을 중심으로 퇴진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은 퇴역 군인이었던 그의 부적절한 전력을 들춰 정통 태권도인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권력의 낙하산 인사인데다 무력도 5단밖에 되지 않은 사람에게 태권도 표상이자 만민 사범들의 자존인 국기원장 자격이 가당키나 하냐며 분통해 한다.

현 국기원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5단이 원장 하지 말라는 법이 없고 결격사유가 없는데 무슨 문제냐며 역대 원장 중에도 9단 아닌 사람이 태반이었다고 항변한다. 이들은 일단 국기원 이사회에서 뽑아놓았으니 임기동안 지켜보되 씻을 수 없는 과오나 실정을 저지르면 그때 퇴진시켜도 늦지않다는 주장이다.

퇴진파는 원장을 쫓아내지 않을 시 미국의 국기원 단증신청을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청와대와 주무정부, 각 언론사 등에 진정을 넣고 SNS을 통해 퇴진 서명을 독려하고 있다. 지지파는 정상 절차로 선임된 원장과 임직원까지 싸잡아 인신공격을 하며 악의적인 선전 선동으로 국기원 위상추락은 물론, 태권도 명예를 더럽히지 말라며 반대여론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그런데 양측이 문제를 풀고 해결하려는 의지보다 편을 가르고 자기 시각에 자기 잣대로 왈가왈부 하느라 감정대립만 격화될 뿐 도무지 대안이 없어 보인다. 객관적인 명분과 보편타당성한 설득력조차 희석되는 꼴이려니, 이런 논쟁 자체가 어불성설이요, 언어도단이다. 하는 짓거리가 조악하고 한심해 그야말로 태권도를 말아먹을 양패구상(兩敗俱傷) 형국에 다름아니다.

그나마 의기로 나선 몇몇 사범 외에는 그저 선배 혹은 후배가 선동하니 따라 나서 지각없이 편 먹고 무식하게 편 드는 군상들은 또 뭐던가. 애시당초 제 배 불리는데만 급급해 태권도계 돌아가는 일에 관심도 없던 사람까지 자기 의지가 아닌 똥개처럼 따라 짖어대며 초동들도 하지 않는 추잡한 막말과 욕설로 SNS에 도배를 하고 있다. 소위 사범이라 지칭하는 자들의 민낯이다.

심지어 점잖은 원로·고수들의 안온과 건강한 담론을 위해 개설된 남의 카톡방에까지 난입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염치없이 반복 도배글에 더러운 분탕질을 해대니, 그럴듯한 명분이 있다한들 동조할 마음이 싹 가시고 오히려 다수 태권도인들의 비난은 물론 국민들에게까지 지탄받는 지경이니 이 무슨 모리배 파렴치 추태던가.

단언컨대, 국기원장의 자질은 무력이 아니라 인성과 리더십의 문제다. 한 나라를 경영하는 대통령도 깜냥이 안 될지언정 뽑았으면 그만이다. 결정적 과오를 저질러 탄핵받지 않는 한 임기를 보장하고 지켜봐야 한다. 하물며 국기원은 어떤가. 누구를 탓하랴. 이렇게 되기 전에 진즉에 나서지 않고 뒤늦게 자질 운운 하는가. 탓하려면 이미 뽑아놓은 사람을 문제 삼지 말고 지분 나눠먹기로 부화뇌동해 태권도를 망치는 이사들을 모두 내쫓고, 잘못된 국기원 정관부터 뜯어고쳐야 할 일이다.

본보는 이미 올 1월 18일자 사설을 통해 “더 이상 무능력한 집행부와 허울뿐인 이사들로 인해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의 위상이 훼손되고 태권도계가 퇴보하는 사태가 재현되지 않도록, 차기 이사회 구성에 만민 태권도인들이 관여하고 나서서 면면히 따져 볼 일이다.”라고 경계와 충고를 보냈다.

전 세계 태권도인들이 본보 충언에 귀를 기울이고 대승적 합의의 실천이 있었다면 오늘날 이 같은 사태를 미연에 막을 수 있었다. 사후약방문이긴 하지만 다행히 아직 늦지 않았다. 민초들이 정신 차리고 힘을 모으면 궁극에는 오랜 특권 지배구조와 복마전 폐악을 물리칠 수 있다. 태권도인들끼리 편을 갈라 제 얼굴에 침 뱉는 작태를 당장 멎고 냉정히 자성하며 엄정한 합의도출을 이끌어내야 하는 까닭이다.

오현득 원장도 단초를 준 비난여론에 대해 대오각성 하고, 본인 입지를 구축코자 편가르기에 지분안배로 부화뇌동(附和雷同) 하는 일은 절대 삼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공정한 인사와 투명한 행정력, 합의 합당한 제도개선으로 정상화에 힘쓰되, 임기를 마치면 떳떳이 퇴임할 것을 공개 천명하고 반드시 실천으로 화답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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