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大 6개학과 학생대표 ‘국기원 특별심사 반대’ 성명

8889한국체대, 경희대, 동아대, 상지대 태권도학과와 용인대 태권도학과, 경기지도학과 등 5개 대학 6개 학과 학생회장들이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국기원의 월단 특별심사제도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국기원의 특별심사를 태권도의 숭고한 가치를 지닌 ‘단’을 돈으로 파는 사업으로 단정하고, 단의 의미가 잃어가는 현실에 태권도 전공 대학생으로서 큰 상실감으로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며 관련 제도의 개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다음은 “우리의 꿈을 헤치지 마십시오” 제하의 성명서 전문.
현재 국내 4년제 태권도 대학은 20여 곳이 있다. 각 학교당 연간 졸업생이 약 1천여 명(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14)에 이르고, 전문대학교 졸업생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뿐만 아니라 재학 중인 학생들의 숫자를 더한다면 국내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요즘 태권도 제도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우리 태권도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앞날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우리는 어린 시절 태권도를 수련하면서 대한민국 국기로서 올림픽 스포츠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고, 지도자뿐만 아니라 실력이 갖춰진 자에게 주어지는 단은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특히, 단은 쉽게 얻기 힘들뿐만 아니라 수련기간과 나이 제한 때문에 더욱 높고 위대한 것처럼 보였다. 존경의 대상이었던 단의 의미는 무엇일까?

태권도의 단(段)이란, 태권도인의 통일된 정신 및 기술의 배양을 기하고 평준화된 기술과 정신의 종합적인 능력의 계층을 정하는 제도이다. 최초 1단에서 9단까지는 총 8번의 심사와 최소 44년 이상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태권도인에게 단은 더욱 위대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최근 국기원에서 시행하는 ‘특별심사’ 사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단의 개념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국기원은 1·2단 보유자에게 6단까지, 3단 보유자는 7단까지 한 번에 승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기존의 승단 체계를 뛰어넘는 심사 계획을 공개했다. 5·6·7단자가 태권도 최고의 단인 9단에 승단할 길도 열어놓았다.

몇 단을 한 번에 넘어가느냐에 따라 심사비와 별도로 최소 100만 원부터 많게는 250만 원까지 ‘기부금’을 납부해야 하며 1단에서 6단 특별 심사에 응시할 수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심사비 45만 원과 기부금 250만 원 총 300만원이면 1단에서 6단으로 무려 5단계의 단을 뛰어넘게 되는 것이다.

현재 국기원에서 진행하는 본 사업의 취지는 좋았을지 모르나 수많은 태권도인의 땀과 노력을 등 돌린 채 태권도의 숭고한 가치를 지닌 ‘단’을 돈으로 파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이처럼 단의 의미조차 잃어가는 상황에 대해 우리 태권도 전공 대학생들은 근심과 걱정으로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전국 태권도 전공 대학생들의 고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몇 해 전부터 큰 고민이 생겼는데 바로 ‘태권도사범자격’에 관한 것이다. 이 사범자격증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현재 사범제도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3급 태권도 사범자격증 취득을 위한 연수 과정에서 배우는 과목은 총 10개로, 7박 8일 44시간(오리엔테이션 포함) 동안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해당 10과목은 물론이거니와 더욱 폭넓고 심도 있는 수업을 약 2,208시간(하루 2시간, 주 3일, 한 학기 16주, 총 70학점) 이수하게 되는데, 이는 사범연수에서 시행하는 교육의 50배가 넘는 시간이다.

또한, 2015년 기준 사범연수는 총 3번(8월, 9월, 10월) 이루어졌다. 이 중 9월과 10월은 대학 학기 중으로 만약 학생들이 연수에 참여하게 되면 수업이나 학점 등의 불이익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모든 대학생이 8월 연수에 무조건 참석 가능한 것도 아니다. 뿐만 아니라 연수에 드는 비용 또한 식사비, 연수비, 숙박비를 포함하여 총 335,000원으로 대학생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또한 사범연수를 받은 대학생들은 하나같이 교육 내용과 사범자격증 응시자들의 자질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타 전공 분야는 어떨까?

교대나 사범대를 졸업하면 정교사(교원) 2급 자격증이 자동으로 주어진다. 사회복지학과 또한 졸업과 동시에 2급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준다. 그 외, 많은 분야의 전공생들은 졸업하면서 자신의 전공, 그리고 취업과 관련된 자격증을 자동적으로 취득하고 졸업할 수 있으며, 이는 대학에서의 전공으로 취업까지 이어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국가가 대학의 교육을 인정하고 전문성을 수용하여 미래가 준비된 학생들에게 주는 기회인 것이다. 반면 세계태권도 본부를 자칭하고 태권도 중앙도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할 국기원에서는 태권도인의 정체성과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할 우리들에게 짐을 떠넘기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태권도 이미지를 망가뜨려 우리의 미래마저 어지럽게 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국기원과 관련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자격 취득 과정에서도 국기원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학생들의 불만이 점차 커져 가고 있다. 일단 사범자격증 취득의 나이제한이 큰 문제로 꼽힌다.

현재 사범자격증 취득은 당년 23세 이상부터 가능하다. 대학생의 입장으로 보았을 때, 이는 일반적인 나이로 4학년이 되어야 취득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정리하면 4학년에 사범 자격증을 취득하고 졸업 후에 생활스포츠지도사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졸업생들은 1년에 단 한 번뿐인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 검정을 위해 취업하지 않고 시험에 응시해야 한단 말인가? 무엇보다 태권도를 4년 동안 전공한 준전문가로서 타 종목의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취득하고 졸업하는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없이 졸업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가장 큰 문제는 본 자격증의 실기와 구술시험을 담당하는 국기원에서 사범자격증이 없을 시 암묵적으로 떨어뜨린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단증 혹은 사범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생활스포츠지도사자격 취득이 불가한 것은 옳을지 모르나, 이 때문에 대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국기원의 명확한 해명을 듣지도 못한 채 수많은 대학의 전공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에 우리 대학대표단은 전국 태권도 전공 대학생들을 대표하여 다음과 같은 사항을 국기원에 요구하는 바이다.

첫째, 현재 시행하고 있는 ‘특별심사’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 소수를 위한 것이든, 어떤 특정 인물들을 위한 것이든, 단을 금전적 개념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때문에 우리 대학생들은 단의 고유한 뜻이 무너지는 것을 우려하여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중단을 촉구한다.

둘째, 사범지도자 3급 자격 취득과정에서 대학생들을 위한 효율적인 제도 마련을 요구한다. 앞서 말했듯이, 현재 대학에서는 사범지도자 연수 과정 내용보다 훨씬 방대한 양과 시간을 들여 교육하고 있으며, 자격시험 시기 또한 대학생들의 학기와 겹친다. 때문에 태권도 전공 대학생들의 금전적 부담, 비효율적인 교육, 시험 시기에 따른 시간적 불이익 등을 방지하기 위해 대학 과목이수를 통한 연수과정 면제와 같은 제도를 요구한다. 국기원은 태권도 비전공자 연수와 사범 자격에 따른 재교육에 대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셋째, 생활스포츠지도사 취득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사범지도자 3급 자격시험의 나이제한을 만 19세 이상으로 개정하길 요구한다.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한 학생으로서 졸업 할 때 해당 종목의 생활스포츠지도사자격증 없이 졸업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는 국기원이 대학생들의 졸업과 취업의 앞길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생활스포츠지도사자격증 취득과정에서 사범자격증 유무에 대한 소문에 대한 해명을 바라며, 대학 4년 동안 사범자격증과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필수로 취득 할 수 있도록 나이제한을 개정하고, 전공자들을 위한 합당한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미래를 이끌어가는 데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바로 대학의 교육이다. 마찬가지로 태권도가 올바르게 발전하고 지금의 위상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것은 대학생들에 대한 교육과 지원이다. 국기원은 부디 이러한 대학생들의 불만을 해소하여 태권도 발전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심사숙고하여 개선하길 바란다.

경희대 태권도학과 학생회장 황태성
동아대 태권도학과 학생회장 한상규
상지대 태권도학과 학생회장 이한구
용인대 태권도학과 학생회장 김규태
용인대 태권도경기지도학과 학생회장 신혜리
한국체육대 태권도학과 학생회장 김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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