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칼럼] 패륜에 무너져가는 공동체, 가정의 달이 무색하다

박완규 주필

박완규250연산군은 27명의 조선국왕 가운데 패륜의 대명사로 꼽힌다. 알려진 대로 연산군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1504년 연산군의 어머니 폐비 윤씨 복위문제로 일어난 갑자사화(甲子士禍)에 연루돼 태종의 증손인 무풍군이 참형시키고 무풍군의 아버지 우산군과 아들 등 6부자를 귀양보낸 뒤 한 날 한 시에 사약을 내려 죽게 했다.

유부녀 이씨를 범접한 대가로 그녀의 남편 윤순(尹珣)에게 자헌(資憲)이라는 정2품 벼슬까지 제수하고, 이복 누이동생 휘숙까지 겁탈한 후 그녀의 남편 임숭재(任崇載)마저 죽였다. 그뿐만 아니라 큰어머니 박씨를 임신시키는 능욕으로 자결하게 하는 등 서슴없이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저지르다 끝내 왕위에서 쫓겨났다.

지금 한국에서는 천인공노할 패륜범죄가 날뛰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는 돈 문제로 어머니를 괴롭혀 온 아버지를 둔기로 마구 때려 잔인하게 살해한 30대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아들은 범행 사실을 숨긴 채 아버지 시신을 이틀 동안 방치했다고 한다.

얼마 전 울산에서는 소풍을 가게 해달라며 매달리는 8살짜리 여아를 새엄마가 갈비뼈가 부러지도록 때려 살해한 사건이 있었고, 남자 아이를 안마기와 골프채 등으로 상습 폭행해 숨지게 한 인면수심의 아버지와 동거녀가 붙잡히기도 했다.

또 억대의 재산을 노리고 아들과 딸, 부인까지 가장 살해 범행을 공모해 중태에 빠트리기도 했다. 여기에 재산을 노려 어머니와 친형을 무참하게 살해한 인천 모자살인사건은 또 어떤가. 이 같은 존속살인은 최근 3년 새 50건에서 60건으로, 존속폭행은 580건에서 729건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패륜 범죄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질주의가 팽배한 분위기와 가족 해체 현상이 그것이다. 여기다 실업 문제까지 겹치면서 가족스트레스가 분노로 이어지고 결국 살인이라는 극단적 생명 경시풍조로 치닫게 한다.

대부분의 패륜 범죄는 가정의 경제난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윤리 차원에서 접근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가정의 달, 부부의 날을 맞아 가정의 도덕성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인성교육에 못지않게 가족공동체를 복원할 근본적인 대책을 대의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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