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943) 교자이의(敎子以義)
박완규 주필
조선의 개국공신인 정승 남재는
손자 남지가 음덕으로 감찰이 된 뒤, 매일 퇴근할 때
그날 있었던 일을 상세히 물었습니다.
어느 날 손자 남지는
“오늘은 하급 관리가 창고에서 비단을 슬쩍
품고 나오기에 다시 들어가게 했습니다.
세 번을 그랬더니 그제야 눈치를 채고
비단을 두고 나왔습니다.”
그 말을 듣고 할아버지 남재가 말합니다.
“너같이 어린 것이 관리가 되었기에
매번 물어 득실을 알려 했던 것인데,
이제 묻지 않아도 되겠다.”
‘국조인물지(國朝人物志)’에 나오는 말인데,
어린 손자가 집안과 나라에 누를 끼칠까 염려되어
날마다 감독하던 할아버지는 손자의 심지가
깊은 것을 보고서야 마음을 놓았습니다.
교자이의(敎子以義)라,
자식이 올바른 길로 가게 가르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잘못을 저질러 혼이라도 내면 부모가
학교로 찾아가 선생을 폭행하고 난동을 부립니다.
떼돈을 번 부모가 수억원짜리 스포츠카를 사주고,
자식은 그 차를 몰고 나가 남의 목숨을 담보로
도심에서 광란의 질주를 벌입니다.
발 좀 치우라고 했다가 지하철에서
20대가 80대 어르신에게 쌍욕을 해댑니다.
눈에 뵈는 것이 없으니,
무슨 이런 세상이 다 있습니까.
이렇게 막 자라 제 몸을 망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 집안을 말아먹고, 나라에 독을 끼칩니다.
밖에서 하는 행동거지를 보면
그 부모가 훤히 다 보입니다.
나부터 그런 부모에 가깝지 않은 지
부끄러움을 씻고 새기며 돌아볼 일입니다.
-목식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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