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食書生의 좋은아침(701) 풀어야 인연
박완규 주필
치악산사에서 맞은 휴일아침,
목식이 아직 약관의 나이일 때,
절연(絶緣)의 상심으로 찾았던 이곳서
큰스님과의 첫만남이 생각납니다.
어느날 소포가 왔길래
엉겁결에 받아 전해줬더니 큰스님이
풀어놓으라 손짓합니다.
노끈으로 촘촘히 포장됐는지라
가위를 찾아 포장된 끈을 자르려는데
큰스님이 한 말씀 하십니다.
“끈은 자르는 게 아니라 푸는 거라네.”
포장끈의 매듭을 푸느라 끙끙거리다
괜시리 짜증이 나 구시렁거렸습니다.
“가위로 자르면 편할 걸 별 것 다 참견하시네.”
한참을 진땀 빼며 씨름하고서야
드디어 매듭을 풀 수 있었는데,
큰 스님이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십니다.
“잘라버렸으면 쓰레기가 됐을 텐데,
이쁜 끈이니 언제 다시 써먹을 수 있을테지?”
돌아서며 한마디 덧붙이십니다.
“잘라내기보다 푸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네.
인연처럼…!”
-목식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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