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기본법 통과 … ‘생태계’ 변화 시작됐다

이상목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이상목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원래 주인공인 괴팍한 과학자의 이름이다. 하지만 몇몇 영화에서는 그가 만든 괴물의 이름으로 사용했다. 영화 속 과학자의 이미지는 일정한 전형을 갖고 있다. 백발에 허름한 흰 가운을 입고 음침한 자신의 지하 연구실에서 천재적인 두뇌와 상상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거나, 또는 위험에 빠뜨릴 만한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비현실적인 괴짜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과학자들 중에는 괴짜가 적지 않다. 아인슈타인은 퇴근할 때 자기 집을 찾는 것도 힘들어 했고, 리셉션장에 잠옷 차림으로 등장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한 적도 있다. 뉴턴은 아무도 없는 텅 빈 강의실에서 혼자 강의를 하곤 해 학생들로부터 ‘미친 교수’라는 놀림도 받았다. 하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없이 ‘월화수목금금금’을 연구개발(R&D)에 매진하는 열정적이고 훌륭한 과학자들이 세상에는 훨씬 더 많다.

 최근 당면한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까지 과학기술에서 해법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실업난과 기아를 해결하는 데도 과학기술이 기여를 해야 하고, 화석연료 고갈과 지구온난화 등 전지구적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해법도 요구 받고 있다. 이러한 국가·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 간 융합이 필요하고, 다른 학문 분야와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도 절실하다.

 과학기술계의 숙원이었던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국회에서 통과됐다. 기존 법으로는 급속하게 변하는 시대에 걸맞은 과학기술의 역할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우리 과학기술인들이 꾸준히 개정을 요구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늦으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학기술기본법은 과학기술 최상위 법률로서 국가과학기술혁신정책의 기본방향과 범위를 제시하고 있다. 부처별로, 그리고 분야와 기능별로 난마처럼 얽혀 있는 제반 과학기술 관련 법안들에 근거를 제공하고 상호 연계하는 ‘헌법’과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연구개발 성과의 확산·기술이전 및 실용화 촉진, 기술창업 활성화, 성장동력 발굴·육성, 과학기술을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 및 과학기술 규제 개선 등 창조경제의 발판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을 충실히 담고 있다. 또 연구개발 결과가 실패로 평가되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국가의 제재를 면제 또는 감면해주고 재도전할 기회를 제공하는 ‘성실실패용인제도’ 등과 같은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연구자들의 사기 진작을 통한 과학기술 진흥에 디딤돌이 마련된 것이다.

 도덕경을 보면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上善若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번에 개정된 과학기술기본법이 흐르는 강물처럼 아래로 내려가 하위 법안들 곳곳에 남아 있는 낡은 규제와 불합리를 말끔히 씻어내고, 나아가 우리나라 과학기술 생태계를 한층 업그레이드하여 창조경제의 혁신을 촉진하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

이상목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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