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食書生의 좋은아침(636) 누름돌

박완규 주필

완규J250 - 복사본어릴 적 어머니께서
냇가에 나가 넓고 큼지막한 돌을 주워와 
김치독 위에 얹혀놓던 기억이 납니다.

이 돌의 무게로 갓 담은 김장이 숨을 죽여
김치 맛이 나게 해주는 누름돌이란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옛 어른들은
누름돌 하나씩은 품고 사셨던 것 같습니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을텐데
자신을 누른 채 온정과 희생으로
그 모진 세월을 견디어 냈으리라 여겨집니다.

요즘 내게 그런 누름돌이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쳐가는 말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받고,
주제넘게 욕심내다 깨어진 감정들을
지그시 눌러주는 그런 돌 하나 품고 싶습니다.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들었는데도
팔딱거리는 성미며 여기저기 나서는 오지랖은
쉽게 다스려지지 않습니다.

이제라도 그 못된 성질을
꾹 눌러놓을 수 있게끔 누름돌 하나
잘 닦아 가슴에 품어야겠습니다.

부부간에도 서로 누름돌이 되어주면 좋겠고,
부자지간이나 지인들 사이도 그렇게만 된다면
인생살이도 훨씬 맑고 밝아지지 않을런지요.

-목식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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