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규칼럼] 세상에 공짜는 없다
박완규 주필
옛날 어느 임금이 백성들의 무지를 깨우치기 위해 학자들에게 세상의 이치를 책에 담아오라고 명령했다. 학자들의 모든 지식을 담아내니 책으로 12권이나 되었다. 임금은 “책이 너무 많아 백성들이 다 읽을 수 없으니 줄이라”고 명했다. 결국 줄이고 줄여 1권을 만들었지만 왕은 다시 “한마디로 줄이라”고 했다. 고민 끝에 학자들이 결정한 최고의 세상 이치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 였다.
이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를 지켜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은 선장이 왜 그렇게 늙고 무능했는가이다. 외양으로는 선장이나 선박사가 부도덕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정부와 관료들의 잘못이 크다. 아니, 전적으로 위정자와 공직사회의 책임이다.
왜 그런지 따져보자. 도서벽지 주민들 편의를 위한답시고 배 삯을 저렴하게 받도록 통제하다 보니 선박사는 그 돈으로 직원들 월급을 제대로 줄 수 없다. 선원들 임금도 형편없으니 젊고 유능한 선원은 돈 많이 주는 외항선으로 빠지고, 노쇠한 선장에 미숙한 선원들만 뽑아서 쓰게 됐다. 현실성 없는 정책을 따르다 보니 운영이 만만치 않아, 어쩔 수 없이 노후된 일본 배나 사다가 단체여행이나 유치하거나, 과적화물 등으로 수익을 보전하려 드는 악순환이 이어지다 결국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터진 게 아닌가 말이다.
절대 세상에 공짜는 없음을 선인들이 일깨워주고 있음에도, 공짜를 좋아하는 국민과 정부 때문에 이런 참사가 벌어지는 것이고, 그 대가를 힘센 공무원들이 지는 것이 아니라 연약하고 어린 학생들이 자기 목숨으로 치렀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마녀사냥식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중앙재해대책본부에 제대로 된 재난구조 전문가들이 하나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관료들만 우왕좌왕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미국 9.11 테러 때는 건물을 잘 아는 소방전문가가 총책임을 맡고, 뉴욕시장도 그의 지휘아래 지원했다” 하고, “오사마 빈 라덴을 잡을 때 오바마 미 대통령은 다른 장관들과 함께 멀찍이 떨어져서 지휘통제 자리를 전문가에게 양보하고 상황을 지켜보았다”고도 했다.
재난이 발발할 시 전문가들이 항상 존중되고 우선시돼야 하는데, 이들의 의견은 묵살당하고 정치권이나 공직자들이 최종 결정을 한다. 이런 일이 우리나라 모든 정책에 다 적용된다. 전형적인 후진국의 자화상이다. 대한민국은 사고가 터지면 비전문가 관료들이 윗전 차지하고 앉아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고 언론 브리핑도 비전문가 관료가 하며 생색을 낸다. 잘못되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변죽만 울린다.
블룸버그통신의 유명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도 “세월호의 비극은 한국 정치·기업 문화의 사각지대를 돌아보라는 경종”이라며 “위기상황에서 정부기관이 삼류로 드러난다면 경제가 일류인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입에 올리는 안전, 원칙, 책임 같은 말들이 이번 위기에서는 모두 대단히 부족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세월호 선주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게임이 시작됐다’며, ‘정부의 미흡한 초기 대응에 이어 공직자들의 몰상식한 행동이 이어지며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효율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성장과 경쟁논리가 안전을 뒷전으로 미루게 한 풍조’라며, ‘일상적인 업무규칙 준수나 철저한 시설점검, 피난과 구조훈련 등은 기본원칙이며, 아무리 기술이 진보해도 안전을 지키는 최후는 사람의 의식’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를 인정하지 않고 관료들이 모든 걸 통제하고 간섭하다 무고한 희생만 늘이더니 아직도 우왕좌왕 정신을 못 차리는 정부와 공직사회다. 사고가 나면 해당 업체나 사람을 엄벌 하거나 법만 개정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위정자들을 보고 가슴치며 개탄하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안전이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유치원 때부터 성인이 될 까지 안전교육을 시켜서 그 아이들이 성인되고 사회의 리더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런 노력은 아무도 하지 않고, 그냥 남 탓 만 하고 있을 뿐이다.
성경에도 ‘심는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다. 전능하신 하나님조차 심지 않고는 거두지 않으신다. 이 세상의 이치는 우리 생활 가운데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전교 1등을 하기 위해 하루에 5분만 공부하는 이는 없다. 남이 먹고, 잘 때도 공부해야 한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려면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고 훈련해야 한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꾼다고 안전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대통령과 복지부동 하는 공무원들이 있는 이상 절대로 대한민국은 안전하지 않다. 단언컨대, 세상에 공짜가 없기에 이 같은 비극은 계속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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