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평] 현대는 무예와 예술 퍼포먼스의 시대

박정진 문화평론가

20140331004149_0인류문화사를 크게 보면 고대신화시대, 중세종교시대, 근대과학시대, 그리고 현대를 예술시대라고 축약해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신화와 종교와 과학과 예술이 서로 시대적으로 격리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고 시대적 특징을 강조한 말이다. 이러한 문화의 저류를 흐르는 것이 또한 철학이다.

현대는 예술 가운데서도 퍼포먼스(performance)의 시대이다. 사진의 발명을 기초로 형성된 영화, 텔레비전, 비디오 등 우리를 감싸고 있는 삶의 환경은 이제 텍스트보다는 퍼포먼스에 주안점이 주어져 있다. 사람들은 무대에서 안방에서 거리에서 눈요기 볼거리를 요구하고 있다. 문화의 트렌드도 여기에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

요즘은 정치적 이데올로기도, 종교적 원리도 퍼포먼스를 통해 전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원리를 몸으로 체득하기를 즐기고, 무엇보다도 재미있지 않으면 가까이 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무예도 건강증진과 신체방어, 예능의 재미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장르로 떠오르고 있다.

필자는 최근 태국 북부 치앙마이라는 도시에서 거행된 통일무도 세계대회에 다녀왔다. 이곳 국제무예아카데미에서 거행된 ‘제7회 세계 무예 피스컵 2014’(3월 22∼23일) 대회는 한국을 비롯해서 태국, 필리핀, 미얀마, 캄보디아, 네팔 등 아시아와 미국, 남미의 브라질, 아프리카의 케냐 등 세계의 무예인들이 함께 모여 ‘세계 무예의 통합과 평화를 위한 무예’의 발전을 기원한 축제였다.

이번 대회는 특히 문선명 총재가 생전에 유지로 세계무도인들에게 내려 준 ‘세도원(世道苑:International Martial Arts Academy)’의 개원식을 겸한 자리여서 더욱 뜻 깊은 행사였던 것 같다. 세도원은 문 총재가 세계 무도인을 한자리에 모음으로써 세계일가(世界一家)의 사상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라는 취지로 2012년 봄, 성화(聖和) 6개월 전에 내려준 통일무도센터의 이름이다.

필자는 치앙마이 교외 국립공원 지역에 넓게 조성된 세도원에서 무도를 통해서 통일교인이 되거나 무도를 통해서 심신일체의 참다운 신앙생활을 하는 동남아시아 일대 통일무도인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무예평론가이기 때문에 무예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무예는 예술시대, 퍼포먼스에 가장 걸맞은 철학과 종교가 되어가고 있었다. 과거에는 전쟁에나 쓰이는 것으로 천대받던 무예가 이제 거꾸로 평화의 증진에 쓰이게 되고, 예술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새롭게 변신하고 있었다.

무예는 이제 가장 강력한 문화로서 문무(文武)시대가 아니라 무문(武文)시대를 선도하고 있었다. 무문시대는 오늘날 세계적 문명패러다임인 ‘지천(地天)시대’와도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여성시대, 땅의 시대, 평화의 시대에 총아로 등장하고 있었다. 이제 철학과 종교도 머리에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체득되고 자라나는 것이 되는 것으로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특히 무예는 말이 다른 문화권 사이에서 언어적 장벽을 쉽게 넘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과 같고, 신체적 접촉과 교류를 통해 교감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심정의 예술이 되기에 이보다 더 유리한 종목은 없다. 지구인들이 말은 안 통해도 몸으로 통하게 하는 것이 무예이고 스포츠이다. 무예는 엔터테인먼트 시대의 블루오션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태국은 알다시피 킥복싱, 무아이타이의 나라이다. 태국은 인근의 다른 나라와 달리 역사상 단 한 번도 외국의 침략을 당해 패한 적이 없고, 식민지가 된 경험이 없다. 어떤 적 앞에서도 당당히 맞선다는 민족적 자긍심이 충만한 나라이다. 태국을 독립국으로 유지하게 한 원동력은 아마도 무아이타이 정신일 것이라고 생각됐다.

태국에 무아이타이가 있다면 한국에는 태권도가 있다. 무아이타이가 공격적인 무예라면 태권도는 손과 발을 다 사용하긴 하지만 방어적인 무예에 가깝다. 태권도는 역사상 단 한 번도 외국을 침략해본 적이 없는 평화의 민족, 한민족이 개발한 스포츠무예라면 통일무도는 이보다 한 술 더 떠서 평화를 지구촌에 정착시키려는 무예스포츠이다.

통일무도는 1979년 1월 5일 미국에서 시작됐다. 당시 통일교 문선명 총재의 제안과 지도로 통일교의 원리가 새겨진 심신단련의 무도로서 창안되었다. 문 총재는 ‘단련용진’(鍛鍊勇進)이라는 휘호를 내렸다. 1983년 1월 세계통일무도연맹 석준호(石俊淏) 회장은 미국 원리연구회의 책임자로 발령이 난 것을 기회로 미국 여러 대학캠퍼스를 순회하면서 ‘무도와 통일사상’이라는 강좌와 통일무도 시범을 개최하기에 이른다.

당시 보스턴, 텍사스, 위스콘신, 캘리포니아 대학 등 공산주의 운동의 본거지를 공략하면서 성장하였다. 오늘날은 세계 70개국에 20만 명의 무도인구를 거느리고 있다.

석준호 회장은 “문 총재의 성화와 그의 삶과 정신을 기념하는 이번 대회에서 세도원의 개원식을 갖고 보니 감개무량하다”고 말하면서 “통일무도가 선교에 큰 힘이 되는 것을 오랜 미국 활동과 해외 각국의 선교를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 가는 곳에 통일무도가 함께 공존하였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고 말한다.

통일무도는 원형운동을 중심(주체)으로 하고 직선운동을 주변(대상)으로 함으로써 완성됐다. 여기에는 ‘원구’(圓球:Won-Gu)사상이 들어 있다. 원구사상은 원을 중심 삼고 상하좌우전후가 90각도로 온전히 하나 되어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평등한 관계를 이룬다는 통일교의 원리를 내포하고 있다. 이번 태국방문에서 ‘신앙의 무예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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