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春秋] 공직자의 출마, 지방행정 공백 되풀이 우려된다

박완규 주필

완규J250 6·4 지방선거 공직자 사퇴 시한이 6일로 마감되고 전국 각지의 공직자들이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행정과 의정 공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선거 레이스에 뛰어들 채비를 마치고 현직에서 물러난 공직자가 어제까지 모두 15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이맘 때 160명, 2006년 232명에 달하는 사퇴 규모에 비해 더 늘어난 건 아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매 4년 반복돼 온 부작용과 폐해가 전혀 시정되지 않고 올해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일까지 남은 89일 동안 중앙-지방 가릴 것 없이 온 나라가 선거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배가 산으로 가는 현실에 맞닥뜨릴 수 있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뭐니 뭐니 해도 행정의 공백, 특히 지방행정의 마비가 제일 큰 걱정이다. 전북 전주시는 시장과 부시장이 선거 출마를 위해 모두 옷을 벗고 물러나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한시적인 대행체제가 가동된다 하더라도 얼마나 효율적인 행정이 때를 놓치지 않고 펼쳐질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적어도 3개월 가량은 화급을 다투는 사안이 불거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 외에 무슨 뾰족한 대책이 있겠는가. 주요직책에 있는 공직자들의 빈자리로 지자체와 지방교육청의 행정에 차질이 빚어지면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단체장이 사퇴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3선을 다 채웠거나 재선·3선을 포기한 단체장은 힘이 실리지 않아 그야말로 자리만 지키는 허수아비 신세로 전락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 위상이 어떠한지는 ‘식물 단체장’이란 조어에서 단박에 알 수 있다. 유력 후보를 향한 공무원들의 노골적인 줄서기, 인사권을 앞세운 유력 후보의 공무원 줄세우기도 고질적인 폐해로 꼽을 수 있다.

심지어는 줄서기와 줄세우기를 매개로 한 유사 매관매직이 버젓이 이뤄지는 곳도 없지 않다. 지방선거에 당선된 후 각종 비리 혐의로 중도하차하는 사례가 빈번한 데서 알 수 있듯 금품수수도 좀체 근절되지 않는 문제다. 민선 5기에만 뇌물수수 등으로 사법처리된 기초단체장이 전국적으로 25명에 달한다는 통계수치가 그 심각성을 방증한다.

민선 자치단체장 선거가 부활한 지 올해로 20년째가 됐으나 지방선거를 둘러싼 이런 폐해가 근절되기는커녕 더 심해지거나 교묘해지고 있으니 개탄스러운 일이다. 행정공백, 금품수수, 줄서기와 줄세우기 등의 일탈로 얼룩지고 일그러진 지방자치를 바로 세우는 건 정부의 책무다. 구멍이 숭숭 뚫린 지방행정을 그대로 방치해 두고서 나라의 미래를 논할 순 없는 일이다.

정부는 지방행정이 본분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감독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선거에 즈음해 어김없이 고개를 드는 불·탈법, 일탈을 차단하는 것이 지방행정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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