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태권도 9단 품새 명인, 박광일 사범을 만나다.

'품새 통해 태권도 정신 이어가고파’

 

▲ “태권도는 중장년층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얍~! 얍~ 태권!” 지난 23일, 서울 쌍문동에 위치한 한 태권도장에서 어린 수련생들의 기합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그 모습을 뒤에서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태권도 품새 장인 박광일 사범이다.

그곳에서 그의 태권도 인생, 그리고 품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태권도 품새에 있어 독보적인 존재이신데

“과찬의 말씀입니다. 원래는 대한태권도협회 겨루기 심판을 75년도부터 했습니다. 품새 심판도 계속 해 왔구요. 그러다가 2006년도 경기도 포천에서 열린 제3회 대한태권도협회장배 전국품새대회 품새대회 때에 처음으로 한번 참가해서 3위를 했습니다. 이후에 계속 심판으로 활동을 하다가 2011년 시합에 나가 국가대표로 선발이 된 이후 품새선수로 뛰고 있습니다.

▲ 제10회 대한태권도협회 전국품새대회(2013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가운데)

 

2011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있었던 제6회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서는 은메달에 그쳐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동안 우석대총장기 태권도 품새대회, 계명대총장배 전국 태권도 품새대회 등 다수의 국내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아직 세계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습니다. 올해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해서 10월 멕시코에서 있을 세계품새선수권대회를 목표로 도전해 꼭 금메달을 따서 태권도 장년부의 위상을 높이고 싶습니다.“

▲ 제1회 세계태권도연맹 주관 겨루기·품새 코치 세미나(2013년)에 운영위원장으로 세미나를 총괄한 박광일 사범(아래 사진은 왼쪽에서 두번째) <사진=박광일 사범 페이스북>

 

-태권도 ‘품새’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습니다.

“품새는 공격과 방어의 기술을 규정된 형식에 맞추어 혼자서도 수련할 수 있도록 이어 놓은 동작으로서 품 하나하나는 기본적으로는 생존을 위한 실전적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품새의 각 동작을 통해 정신 수양은 물론 신체의 건강과 호신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과학적 기술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품새는 원래 개별적인 단순한 공격과 방어가 주가 되였던 원시적 무술이 인간의 인지가 발달하게 되고 사회가 조직화되면서 싸움의 양상이 집단적 공동대처현상으로 바뀜에 따라 형성되었습니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기술을 수련하고 전수해 나가면서 무질서하고 복잡 다양한 기술은 필연적으로 정리되고 통일되어 갔습니다. 이런 원시형태의 품새는 실전경험을 통해 기술이 발전하고 또한 그 발전의 과정 속에서 전통사상 및 의학적인 요소 등이 자연스럽게 첨가되면서 체계화 과정을 거쳐 초기의 품새 형태가 완성되었던 거죠.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품새가 곧 태권도입니다. 태권도의 기본동작은 품새 동작의 바탕이 되는 동작이고, 겨루기는 품새의 실전 응용동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품새를 익히는 것은 태권도 정신의 의미를 깨치고자 하는 반복적 실천, 수련과정이고 그를 통해 기술적인 공방의 원리뿐만 정신적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련에 있어 시선, 몸의 중심이동, 속도의 완급, 힘의 강유, 호흡 등이 중요합니다.”

▲ 절도 있는 품새를 보여주고 있는 박광일 사범

 

▲ 후배사범들과 함께 품새를 선보이고 있는 박광일 사범(가운데)

 

-품새대회는 언제 생긴거죠?

“90년대 초반 대한태권도협회가 기존에 실시되던 겨루기대회에서 탈피하고 태권도의 무도화를 통해 태권도를 생활체육종목으로 확대시키기 위해 시범경연대회를 신설한다고 밝히고 난 후 1992년 올림픽공원에서 개최되었던 ‘태권도한마당’에서 처음으로 겨루기와 구분해 품새경기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렇게 태동기를 거쳐 현재 세계태권도연맹 기술위원장인 양진방 용인대 교수가 품새부문 도입을 기획해 1998년 제8회 용인대총장기 전국 남녀고등학교 태권도대회에서 대한태권도협회 공인대회 최초로 품새부문이 신설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품새대회는 계속해서 활성화되어 왔고 2006년 제1회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게 되면서 세계적인 대회로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기존의 겨루기대회가 어찌 보면 젊은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다면 품새대회는 일선도장과 각 급 학교 혹은 독자적으로 품새를 익혀온 수련생 및 지도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저연령층에서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경기로서 앞으로 올림픽에서도 정식정목으로 들어가기를 희망합니다.“

▲ 제10회 우석대총장기 품새대회(2012년)에서 금메달(위 사진, 가운데), 제10회 계명대학교총장기 품새대회(2013년)에서 금메달(아래 사진)을 차지한 박광일 9단 <사진=박광일 사범 페이스북>

 

-태권도에 대한 철학이 있으시다면

“태권도의 철학이라면,,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도 참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태권도정신’입니다. 가장 먼저 예의를 갖춰야 하고 겸손해야 하며 꾸준한 인내력이 필요합니다. 저희 도장의 관훈이 충효, 성실, 인내입니다. 이러한 태권도정신 아래 제 자신이 모범이 되고 솔선수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그래야만 제자들을 제대로 지도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충효, 성실, 인내의 관훈아래 제자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태권도와는 처음 어떻게 연을 맺게 되셨나요?

“중학교 때 처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다녀오자마자 책가방을 던져놓고 도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계속 운동을 해서 군대에 가서도 태권도선수단에서 도복하나 가지고 군대생활을 했습니다. 3년 동안 육군 대표선수단에서 운동을 하면서 한국을 대표해서 시범도 많이 하고 영화 촬영을 하기도 해서 국군 홍보영화 ‘배달의 기수’에 시범 모습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에 70년대 초반부터 체육관을 하면서 지금까지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포함 전부 5~6개 학교에서 태권도 지도를 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많은 선수들을 양성해 왔습니다.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내기도 했던 이기백 사범도 제 제자입니다.

▲ 세계태권도연맹과 대한태권도협회에서 겨루기 및 품새 상임심판으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저는 지금까지 오로지 태권도 하나만을 해왔습니다. 겨루기 심판을 75년도부터 상임심판으로서 활동하고 마지막에는 감독관까지 했다가 다시 또 심판으로 뛰었어요. 그때가 50대였는데 감독관제도가 없어지면서 다시 주부심으로 활동을 하다가 품새대회가 생기면서 품새심판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품새심판을 하다가 지금은 품새선수로 뛰고 있지만 겨루기 심판은 대한태권도협회나 세계태권도연맹, 국기원 전부 경기 품새 1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기원 고단자 심사위원도 하고 있습니다.

2006년 12월에는 9단을 땄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월단을 한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초단부터 차곡차곡, 단 한 번의 월단을 한 적 없이 실기로 해서 9단까지 땄습니다. 그래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그간의 태권도 인생을 보여주는 각종 상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 단 한 번의 월단 없이 9단까지 딴 박광일 사범

 

▲ 제6회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2011년)에서 아쉽게 은메달을 획득했다. <사진=박광일 사범 페이스북>

 

-맥아더 장군이 “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사범님의 경우에는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시 돌아온다.”이네요.

“과찬의 말씀이고요. 저는 그렇습니다. 후배들에게 나이가 들어도 태권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제가 또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고 또 제 건강을 위해서도 태권도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보면 어린이들만 태권도를 많이 하잖아요? 이렇다 보니 태권도는 어린이들만 하는 것으로 생각들을 해요. 그래서 저는 태권도를 성인들, 특히나 저와 같은 장년층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태권도 활성화를 위해 솔선수범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후배양성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지금은 품새선수로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정기적으로 지도하고 그런 것은 없지만 체육관 관원들에게 가끔 특별교육을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느 정도 시간이 허락 된다면 그때 본격적으로 후배들을 지도할 계획 입니다.”

-태권도에 입문하는 분들이나 몸담고 있는 분들에게 덕담 한마디 해 주신다면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태권도는 어린이들만 하는 운동이 아닙니다. 성인들, 나이가 들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직장을 다녀와서 헬스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보다 무도 태권도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심신을 수양할 수 있는 태권도를 접하기를 희망합니다.

태권도를 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무도정신, 태권도정신이 퇴색되는 것에 대해 경계하라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예의를 갖추고 겸손해야 합니다. 이 점에 좀 더 집중해야 하고 또 자신 스스로가 수련하면서 깨달아야 무도 태권도의 참 위상이 올라가게 된다고 봅니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그런 무도인과 태권도인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 무엇보다 태권도정신이 중요하다고

 

-청마의 새해, 가지고 있는 소망은?

“청마의 해, 갑오년을 맞이해 모두 다 희망이 크겠지만 저의 조그만 소망이라면 우선, 개인적으로는 다시 한 번 품새대회에 도전해 국가대표가 되어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태권도를 열심히 수련하고 있는 수련생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첫째가 예의이고 겸손입니다. 또한 예의, 염치, 인내, 극기, 백절불굴의 태권도 5대 정신을 늘 가슴속에 새겨놓고 수련에 임해주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신의 태권도 인생을 이야기 하는 내내 그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태권도에 대한 진한 사랑과 한결같은 태권도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다가 올 10월 멕시코에서 있을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서 그의 금빛 품새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박광일 사범 약력
前 한국초등학교 태권도연맹 기술심의회 의장前 세계태권도선교협회 기술심의회 의장現 태권도 국기원 9단現 국기원 지도위원

現 국기원 고단자 심사평가위원

現 국기원 연수원 평가위원

대한태권도협회 겨루기 및 품새 1급 심판원

세계태권도연맹 겨루기 및 품새 1급 심판원

국기원 1급 심판원

2011년 품새 국가대표

2011년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은메달

 

 

<저작권자 © GTN-TV / 와이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블로그기자단·탄금이 두 마리 토끼 다 잡고 싶어요”

“제 목표요? 송강호·이병헌 같은 배우입니다”

‘동공연기’ 김민교 “롤러코스터 같은 삶이 준 눈빛”

“과도한 연료의 ‘주입’이 자동차 수명 단축시켜”

연기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 SNL 코리아 크루 정명옥을 만나다

‘조용필 패러디’ 정성호, ‘만 번의 연습’ 있었다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관계 리더십

“국정원 해체 아닌 개혁 필요”민주당 우상호 국회의원, 국정원 국내 정치 파트 폐지, 대북·해외 정보 파트 강화해야

‘슈스케’ 출신 김소정 “나는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다”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 유치 숨은 주역

미모의 독일 여기자와 영국 금메달 리스트를 만나다.

“한국에서 살고 싶어요”

청년복지다방, “조세의무 정확히 알고 있어야 그에 대한 권리도 주장할 수 있어”

“우리 스스로 우리말 소중함 알아야”

“독창적인 작품으로 세상 모든 분들께 선물 드리고 싶어요”

“소통의 징검다리가 되고 싶어요”

“밥 보다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 가치”

‘아름다운가게’ 두 명의 천사를 만나다

“한 번의 젊음 어떻게 살 것인가?”

“가슴으로, 자신만의 목소리 내는 배우 되고파”

M.A.N에 녹아 있는 인생철학, 한국 프랜차이즈협회 이명훈 상임부회장을 만나다

최주호 윤정로 박진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댓글 쓰기

댓글 2

  1. ioc2018님이

    태권명인 관장님 존경합니다.
    도복입고 활동하는 모습이 멋짐니다.
    파이팅

  2. pki9599님이

    Thank you very 감사 !!!

Photo News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