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리뷰] 신비로운 설정, 다양한 연출시도 ‘별그대’

<엽기적인 그녀>의 향수도 느껴져, 3B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쉬움

400년 전 지구에 떨어진 외계남 도민준과 왕싸가지 한류여신 톱스타 천송이의 기적과도 같은 달콤 발랄 로맨스. <출처=SBS TV>

▲ 별에서 온 그대 포스터 <출처=SBS TV>
▲ 서막에 UFO가 출현하여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천송이(전지현 분)가 탄 마차가 날아가 도민준(김수현 분)이 구해줬다. <사진=SBS 동영상 캡쳐>

 

<별에서 온 그대> 신비로운 설정, 다양한 연출 시도
 
벼랑위 위태롭게 걸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의 가마, 소녀는 눈을 질끈 감는다.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되고 한남자가 그 정지된 시공간 사이를 지나 맨손으로 가마를 들어 옮긴다. 그리고 차양문이 열리며 남자는 소녀에게 손을 건넨다. 시작부터 신비한 상황의 연출이다. 이 불가사의한 상황의 주인공이 바로 도민준이다. 그는 다른 행성에서 살다 지구로 착륙해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한양이 서울이 되도록 400년 넘게 살아온다. SBS 수목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에서 특별한 남자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 배경 설정이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 도민준이 인터뷰 형식으로 독백을 하고있다. <사진=SBS 동영상 캡쳐>
또한 극중 드라마의 캐릭터들 연기를 펼치다가 돌연 인터뷰를 하는듯한 장면은 신선한 전개방식이며 <별그대>만의 전유물이다. 장르 융합의 시도가 엿보여 다채로운 인상을 준다. 이런 시도들이 바로 타 드라마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시청률을 차치하고서도 이것은 새로운 장르의 실험인 것이다.
 
도민준의 초능력은 우리들의 오랜 바람, 슈퍼맨과는 다른 차별성도 있어
▲ 천송이가 탄 자동차가 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때 도민준이 갑자기 나타나 차를 세워 천송이를 위기로부터 구해준다. <사진=SBS 동영상 캡쳐>
현대 대한민국에서 SNS로 메시지를 보내고 1초 만에 후회하는 일은 익숙한 풍경이다. 그때마다 삭제 기능이 없다고 탓하는 게 우리네 삶이다. 가는 세월을 어찌 인력으로 막겠는가. 항시 후회하며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이 드라마에서는 시간 개념을 초월한 캐릭터를 등장시킴으로써 우리들의 이러한 바람을 대리충족시킨다. 우리가 가졌으면 하는 초능력을 가진 도민준이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매력이 넘친다.
▲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좌), 슈퍼맨 역을 연기한 배우 헨리 카빌(우) <사진=SBS TV, 네이버 영화>
주인공 도민준은 인간보다 시력, 청력 등 모든 감각이 7배 뛰어나다. 슈퍼맨은 평화를 위해 악과 싸우며 인류를 구원하지만 한국판 도민준은 이타적이지도 이기적이지도 않은 중용의 미덕을 보인다. 핸드백을 날치기 당한 불쌍한 시민을 외면한 채 말이다. 어차피 그들의 삶에 개입해봤자 일어날 일은 어차피 일어난다는 운명론적인 논리로 자신을 정당화하는데 정말이지 이런면에서는 대쪽같은 성격을 지녔다.
 
이러한 원칙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 여자의 위기 앞에서는 자신의 몸을 내던지며 순애보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다른 사람들의 위기에  모르쇠로 일관하던 그가 한 여자 앞에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나서는 모습이 또 다른 반전매력으로 다가온다.
  
<엽기적인 그녀>의 향수도 느낄 수 있어
▲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좌),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우). 배우 전지현은 서로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당당함과 당돌함은 두 작품의 공통분모다. <사진=네이버 영화, SBS TV>

 

한편 여 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는 대한민국 톱 배우를 대표하지만 모카라떼의 모카와 목화도 헷갈려 하는 등 만천하에 무식을 드러내며 백치미를 선보인다. 책을 수면제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그녀를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이런 점이 엘리트 도민준과 극히 대비되는 부분으로 극의 또다른 재미이다.

실수에도 당돌하게 대처하는 그녀의 모습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의 모습를 연상시키며 코믹연기다. 천송이(전지현 분)의 코믹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코믹연기를 넘어 ‘엽기적인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포복절도를 유발하는 장면들이 많다.
 
BUT 그러나  부족한 것은? – 독특한 설정은 갖췄지만 3B의 틀은 벗어나지 못해
 
드라마나 광고 영화에서 3B(미인(Beauty), 아기(Baby), 동물(Beast)을 가리킨다.)는 흔하고 매력적인 소재이다. 3B를 고려해 작품을 만들면 시청률을 높일 수 있다.(MBC 예능 ‘아빠 어디가’,KBS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는 3B는 술(Beer), 미인(Beauty), 돈(Buck)이다.
 
드라마의 한 틀이자 트랜드가 되어버린 듯 주인공들은 모두 예쁘고 바에서 술을 들이키는 장면은 드라마의 필요조건이며 돈의 권세를 나타내주는 백화점씬은 필수조건이 된지 오래다. 
 
<별 그대>도 이러한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즉, 거의 매회 화려한 3B의 향연이 펼쳐지는 것이다.
<별 그대>는 그동안 주류의 관성(재벌,불륜,막장 등)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드라마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3B의 틀을 깨트리는 시도까지 한다면 한국드라마사에 또다른 이정표를 남기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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