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N초대석] 준리 아들, 지미 리 美 버지니아주 상무차관



   
 

“버지니아주를 중심으로 500마일(800㎞) 이내에 미국 인구의 50%가 몰려 있습니다. 내년 중 파나마운하 확장공사가 마무리되면 초대형 선박이 통과할 수 있는데, 미 동부에 그런 배가 들어올 수 있는 항구는 버지니아주 노퍽항밖에 없습니다. 버지니아주가 중요한 이유죠.”

지미 리(56·한국명 이형모) 미국 버지니아주 상무차관은 이민 1.5세대 한국계 미국인이다. ‘미국 태권도의 대부’로 유명한 이준구(82)씨가 부친이다. 그는 버지니아주정부의 투자와 국제협력 등을 담당하고 있다. 투자활성화를 위해 주내 95개 카운티와 39개 도시를 수시로 찾다 보니 지역 사정을 속속들이 안다.

13일(현지시간) 만난 리 차관은 각 지역 담당자 290여명의 명단을 보여주며 “버지니아주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에 최적의 지역을 연결해 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결과를 평가한다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으로 안타깝네요(unfortunate). 공직자는 이미지 관리에 극도로 신경써야 하는데…. 박 대통령 방미는 성공적이었습니다. 한국이 당면한 문제 중 하나가 경제적으로 부상한 중국의 추격일 겁니다. 박 대통령은 아이디어가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중요시하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한국 대기업은 잘 성장하는데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합니다. 미국에서는 중소기업청이 은행 자금을 쓰지 못하는 중소기업에 융자를 해 주는 등 적극 지원합니다. 연방정부 조달시장의 5∼15%를 의무적으로 소수민족 계열 기업에서 조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죠.”

―버지니아주와 한국의 경제교류는 어떻습니까.

“지난해 대한국 수출규모가 50개주 중 30위였습니다. 올해에는 수출이 늘어 25위까지 올라갈 겁니다. 한국에서 수입하는 규모로는 13위입니다. 한국과는 무역역조 현상이 있는 셈이죠. 버지니아주에 대기업이 많고 연방정부 조달시장의 중심지역이다 보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앞으로 버지니아주는 정부 조달시장뿐만 아니라 물류중심지로서도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겁니다. 전 세계 물동량의 65%를 대형 선박이 담당하는데, 파나마운하가 확장되면 아시아 쪽에서 로스앤젤레스보다 노퍽항으로 오는 게 유리합니다. 뉴욕항이나 조지아주 사바나항은 수심이 얕아 초대형 선박이 들어올 수 없습니다. 또 버지니아주에서는 주요지역으로 하루 배송이 가능하죠.”

―한국과 상호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먼저, 정보기술(IT) 분야를 들 수 있습니다. 북 버지니아 지역에는 IT 기업과 인력이 실리콘밸리보다 많습니다. 연방정부 모든 데이터가 이곳에 저장되고 미국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 이상이 버지니아주를 통해서 이뤄집니다. 버지니아는 20년 전만 하더라도 해외수출 1위 품목이 담배였는데, 지금은 반도체입니다. 또 버지니아 서부와 남부 쪽을 중심으로 에너지와 식품가공, 전기기계, 산업기계, 광학 및 의료기기 산업이 발달해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 협력할 게 많습니다. 엄청난 데이터 저장과 인터넷 트래픽으로 전력 소모량이 매년 25%씩 늘고 있습니다. 전기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기술 한계로 데이터센터 전력의 40%가 열로 낭비됩니다. 한국 기업이 이를 20%로 낮추는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한다면 수십억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엄청난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겁니다. 재생에너지 분야도 앞으로 기회가 많습니다. 정부 시설과 국방부는 2025년까지 전력 소모량의 25%를 클린에너지로 충당하도록 의무화해 있어 한국 에너지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북 버지니아 지역 주민은 교육수준이 높다 보니 글로벌 시대에 국제무역과 FTA 중요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습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의 서비스산업과 지식재산권, 금융산업과 경쟁하면서 그 분야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한국 기업이 들어와 경제개발과 고용발생이 있어 도움입니다. 미국 사람과 ‘마인드 셰어’(정신적 공유)를 할 수 있는 거죠. 한국에 아주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최근 삼성테크윈과 LG전자 에너지 부문이 버지니아에 사무소를 여는 등 교류가 늘고 있습니다. 버지니아가 미국에서 4번째 와인 생산 주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자료를 봤더니 한국이 칠레와 FTA 체결 이후 4%에 그치던 칠레산 와인의 한국 시장점유율이 18%로 늘었더군요. 버지니아산 와인도 한국에서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미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에 조언을 한다면.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3가지 요소를 갖춰야 합니다. 당연히 기술력이 있어야겠죠. 두번째로 활용할 자금력이 있어야겠죠.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은 분명히 갖추고 있습니다. 세번째로 중요한 게 미국에서 경쟁하려는 영역에 대한 정책 이해도가 있어야 기회나 위험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아까 말한 연방정부 에너지의 25%를 재생에너지로 활용하도록 한 그런 정책을 알아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 사회에서 한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어떻습니까.

“한인들이 경제적으로, 교육적으로 성공했다고 하지만 사실 답답합니다. 단합된 목소리가 없어요. 지난해 대선 때 등록유권자의 투표율을 보면 중국이 31%, 한국이 11%입니다. 베트남이나 태국, 파키스탄보다 낮은 투표율입니다. 아직까지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못 느끼거나 이민생활이 바빠서 그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동포사회 미래를 위해서는 젊은 친구들이 미국 주류사회와 인맥을 형성하도록 해 줘야 합니다. 어느 정당이 중요하다기보다 동포사회가 힘을 모아 정치인을 후원하고 한인 권리신장을 위한 요구를 해야 합니다.”

―다른 소수민족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주지사의 아시아위원회 17개국, 라틴위원회 23개국, 총 40개국 대표 위원을 제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출신 국가마다 독특한 특성이 있는데 우리 민족은 정말 근면하고 성실합니다. 또 국제화 시대에서 아주 유리한 장점이 빨리 생각하면서도 빨리 투자하고 빨리 성과를 내려고 하는 점입니다. 성공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버지니아주는 정치적으로 파란색(민주당), 빨간색(공화당)도 아닌 보라색(스윙스테이트) 지역입니다. 버지니아에서 선거에 이기려면 북 버지니아에서 무조건 47%를 득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한국이나 일본, 중국계 소수 민족의 표심을 확보해야 하죠. 우리 동포들도 투표에 참여해서 요구할 건 요구해야 합니다.”

―재미동포들이 주류사회에 뿌리내리는 방안이 있다면.

“미국에서 살기로 선택했다면 이 나라를 위해 공헌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이 태어나고 부모의 나라인 대한민국에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한국 발전이 우리 발전이고 성장이라는 기쁨을 느껴야겠죠. 한인 젊은이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임명직이나 선출직에 내보내고 인턴을 시키고 비영리단에서 봉사활동도 해야 합니다. 이민 1세대는 경제적인 윤택함만 찾고 의사와 변호사만 배출했지, 훌륭한 공무원이나 과학자는 매우 적습니다. 젊은이들이 열정을 쏟아 훌륭한 날개를 펴서 사회에 공헌하도록 기회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직접 경험한 미국 공직사회의 강점은.

“주지사부터 주민을 항상 먼저 생각합니다. 주민한테서 오는 편지는 모두 읽어봅니다. 공무원들이 공복으로서 항상 봉사해야 한다는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시스템적으로 ‘상호견제와 균형’이 갖춰져 있습니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습니다. 옆에서 누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투명성이 중요합니다. ”

―아버님의 자녀교육은.

“아버님은 2년 전부터 대상포진으로 고생하셔서 운동을 못하시지만 건강하십니다. 태권도를 하시는 분이니 교육이 엄격하셨죠. 단어를 하루에 10개씩 무조건 외우게 하셨어요. 그게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할 때에도 그렇고 큰 도움이 됐어요. 지금 미국 사람보다 단어를 2배는 안다고 자신합니다. 부친은 그러시면서도 제가 무엇을 하겠다고 하면 말리기보다 밀어주셨어요. 변호사나 의사가 되라고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셨죠. 단 태권도는 계속해야 한다고 조건을 다셨죠. 그래서 태권도 5단입니다.”

◇지미 리 약력———————————————–
▲서울(56) ▲12살 때 미국 이민 ▲스탠퍼드대 졸업 ▲조지타운대 로스쿨 ▲컨설팅기업 GTSC 대표 ▲인터넷소프트웨어업체 클레버런 대표 ▲버지니아주 상무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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