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돌린 태권도 ‘확실한 영구종목’ 쐐기 박기

올림픽에서 희비가 엇갈린 태권도와 레슬링이 각기 다른 방식의 후속 대응에 나섰다.

올림픽 핵심종목에서 탈락한 레슬링계는 망연자실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고, 살아남은 태권도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주기 위한 개선 작업과 글로벌 후원사 유치에 팔을 걷고 나섰다.

○“원조 종목 레슬링 다시 살려야”

레슬링이 하계올림픽의 핵심종목에서 탈락하자 한국의 전설적인 스타들은 허탈해하면서도 “어떻게든 다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레슬링 최고 스타인 심권호 LH스포츠단 코치(41)는 13일 “황당한 마음에 어제 두 시간밖에 자지 못했다”며 “이해할 수 없는 결과에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 코치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따내 한국 레슬링 사상 최초로 2연패를 달성한 주인공.

그는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두 번의 올림픽에 도전했다”며 “선수에게 올림픽은 다른 대회와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행사로 선수촌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꿈과 같은 일”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 희망을 버릴 필요는 없다”며 “지금까지 국제레슬링연맹(FILA)이 두 손을 놓고 있었다면 다음 집행위원회에 대비해서 최선을 다하는 설득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한 명의 전설적인 스타인 박장순 삼성생명 코치(45)도 “이제 제2의 김현우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신나게 뛰려던 차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올림픽 메달을 3개나 목에 걸었던 그도 “세계 스포츠의 변화라는 흐름 속에서 함께 바뀌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 활기차고 공격적인 레슬링으로 바뀐 모습을 세계인 앞에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슬링은 물론이고 한국 스포츠에 건국 후 첫 금메달을 안긴 양정모 희망나무커뮤니티 이사장(60)도 “안 그래도 선수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레슬러들이 의기소침해질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양 이사장은 바뀐 규정으로 인해 지루해지고 승자가 모호해진 경기 내용과 독단적인 행정으로 분위기를 흐린 FILA의 처사가 이런 비극을 불렀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대 올림픽부터 치러 온 종목인 만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테니 완전히 없어지기야 하겠느냐”며 “레슬링다운 레슬링으로 돌아가 IOC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고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하계올림픽 핵심종목 퇴출로 충격에 빠져 있는 라파엘 마르티니티 FILA회장과 만나겠다고 밝혔다. 로게 위원장은 13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FILA 지도부와 만나 2020년 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태권도, 더 재미있고 공정하게

한숨 돌린 태권도는 2016년을 바라보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은 심판 판정의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전자호구시스템과 즉석비디오판독제를 도입했다. 재미없다는 인식을 해소하고 공격 중심의 경기 운영을 위해 경기장 크기를 줄이고 머리를 가격하는 공격은 최대 4점까지 주는 등 규정을 개정해 관중의 흥미를 끌어올리는 데도 성공했다.

WTF는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태권도 경기를 더 박진감 넘치고 공정한 경기로 만들기 위해 경기개선위원회를 발족시킬 예정이다. 위원회는 공격적인 움직임을 끌어내기 위해 규칙을 개선하고, 심판 교육 등의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전 세계 태권도인의 관심을 끌어모을 국제대회도 창설하기로 했다. 조정원 WTF 총재는 “체급별 최고의 태권도 선수들이 경쟁하는 월드컵 그랑프리 태권도 선수권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관중들에게 사랑받고 미디어가 관심을 갖는 스포츠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WTF의 이 같은 개선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마케팅을 통한 재정 강화가 필수적이지만 WTF의 재정 자립도는 취약하다.

한 태권도인은 “태권도가 올림픽 때 퇴출될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있어 후원사를 구하기 어려웠다”며 “핵심종목으로 올림픽에서 위상을 인정받은 만큼 국내 기업들의 후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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