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①> 文-安, 간담초월(肝膽楚越)이 우려되는 까닭은

춘추전국시대 노(魯)나라에 왕태라는 자가 있었다. 형벌을 받아 발이 잘렸지만 덕망이 높아 문하생이 많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상계(常季)가 공자에게 물었다.

"왕태는 죄를 지은 자인데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이 많고, 그 명성은 마치 선생님과 노나라를 둘로 나눈 형세입니다. 그는 별로 가르치는 일도 없으며, 그렇다고 의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찾아갔던 사람은 반드시 흡족해서 돌아갑니다. 무언의 가르침이 있는 모양입니다. 몸은 비록 불구일지라도 덕이 넘치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아니다. 그는 성인이다. 한번 찾아가고 싶은데 아직 기회가 없었다. 나는 그를 스승으로 우러르고 싶을 정도이다. 노나라만이 아니라 천하를 이끌고 함께 따르고 싶을 만큼 존경하고 있다."

"그럼 그분은 도대체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는 것일까요?"

"그는 사생(死生)을 초월하고 있다. 비록 천지가 무너지더라도 함께 떨어지지 않을 정도이고, 물(物)과 도(道)와의 관계를 잘 알고 있으며, 물(物)과 함께 움직이지 않을 만큼 변화로부터도 초월해 있다. 게다가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여 이에 거스르지 않고, 도(道)의 근본을 잘 지키고 있다."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

"마음을 달리하는 자의 눈으로 보면 간담(肝膽)도 초월(楚越)이며, 마음을 같이 하는 자의 눈으로 보면 만물은 하나다. 그 사람은 귀나 눈으로 외물(外物: 마음에 접촉되는 객관적 세계의 모든 대상)을 좇지 않고 마음을 덕의 화합에 두고 있다. 사물의 같음을 보고 다름을 보지 않으며, 사생을 하나로 보고 있다. 비록 발을 잘렸지만 그것을 흙에 떨어뜨린 것처럼 조금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으니 정말 훌륭한 인물이다."

장자(莊子) 출전의 간담초월(肝膽楚越)이란 고사성어는 ‘마음이 맞지 않으면 간과 쓸개처럼 몸 안에 있고 서로 관계가 있더라도 초나라와 월나라처럼 서로 등지고 만다’는 뜻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야권 단일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양 측이 문제 해결을 위한 허심탄회한 논의보다 명분 쌓기에 급급하며 힘겨루기를 하는 형국이다.

안 후보는 최근 “문 후보가 민주당 혁신에 대한 확고한 실천의지를 보여주면 바로 만나 새로운 정치 실현과 단일화 과정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의논했으면 한다”고 말해 협상의 난관이 민주당의 ‘구태 정치’ 때문이란 인식을 드러냈다. 문 후보는 이에 “안 후보의 견해는 우리 쪽이 상당히 부정한 경쟁을 한다는 건데 그럴 만한 상황은 아니다”며 파행의 책임이 사실상 안 후보 쪽에 있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두 후보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양새는 매우 우려된다. 우선 안 후보가 제기한 민주당 혁신의 구체적인 요건이 애매하고, 그것이 단일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모호하다. 안 후보의 주장은 결국 단일화 국면이 이른바 ‘친노 패권주의’ 등의 기득권 정치로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항의 표시로 보이지만 이는 불리하니까 딴지거는 격이다.

문 후보가 사태 수습책 마련보다는 안 후보 진영의 과장 보고를 언급한 것은 안 후보가 단일화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자세는 단일화 협상의 물꼬를 터야 할 맏형다운 태도가 아니다.

며칠 전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페이스북에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기’라는 제하의 글에서 “민주당 의원과 지도부 대다수 사이에 민주당과 문 후보가 이만큼 오기까지 ‘안철수 현상’과 안 후보로부터 얼마나 많은 덕을 보았는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부족해 보인다”고 적었다.

백교수는 안 후보에 대해 “‘양보론’ 등에 대한 반발이 어디까지 정곡을 찌른 정치적 대응이고 어디서부터 현실정치에 단련이 덜 된 신인의 과잉반응인지를 반대쪽 눈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적었다. 두 후보가 명심해야 할 지적이고, 결국 두 후보가 만나서 의심스럽고, 불쾌하고, 시정할 점을 끄집어내 앙금을 훌훌 턴 뒤 원점에서부터 협상을 재개하여야 한다는 명제가 분명해졌다.

다행히 18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최고위원 등 4인이 모두 사퇴했다. 안 후보도 즉각 “가까운 시일 내 문 후보를 만나 단일화를 재개할 수 있는 지혜를 모으자”고 반응했다. 그러나 문 후보의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위한 인적 쇄신의 일단을 실천해 보임으로써 문제 해결의 단초를 제공했을 뿐, 여전히 ‘구태 청산’의 한계와 ‘기득권 논리’의 숙제는 남아있다.

양 측 공히 더 이상의 무리한 요구나 핑곗거리로 협상을 회피하거나 지연하는 태도를 보이다가는 국민의 실망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자칫, 서로 경쟁자로 인식하고 주객이 전도되어 단일화의 대의명분을 훼손하면서 간담마저 초월이 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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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1. 근혜사랑님이

    문-안, 너그들 모두 공멸의 길로 가라! ㅋㅋ 제발이지 정권교체를 통해 새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대의를 내세우고는 서로 소탐(小貪)의 경쟁자로 주객이 전도되어 단일화의 대의명분을 훼손하면서 간담마저 초월이 되어 대실(大失)하는 우를 범해주기를 바란다.그래야 우리 근혜누님이 무사히 대통령될꺼니까..ㅋㅋ

  2. 정통파님이

    믿음고 신뢰가 우선…..
    대통령선거에 나가는 대선후배들이 주댓없이 주관을 양보하고 후보를 선택한다는 것이
    무슨이유든 이해가 안됌니다.
    나가 아니면 상대에게 양보한다 .처음부터 장난 치는 것입니까.
    이건 아니죠!!!
    판 키우는것 아니죠..!!
    도토리 키 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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