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102> 황금만능주의

몇 해 전인던가. 한 보험회사 광고가 논란을 빚었다. "10억을 받았습니다" 라는 광고다.

남편의 생명보험금 10억을 받아 자신과 딸 아이가 편안히 살게 됐다는 내용이다. 보험회사 직원과 상담하며 미소를 머금은 부인, 그리고 교외의 전원주택에서 딸과 함께 장난치며 세차를 하는 행복한 장면이 오버랩된다 .

이 광고는 지난 2000년 강원도 동해시의 한 의사가 1회 보험료만 납입한 채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숨진 실제 사례를 모델로 했다.

부인과 딸의 행복한 모습은 세상을 떠난 남편이 진정 바랬던 것이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제삼자, 특히 남성들은 꽤나 불편했었나 보다. 당시 인터넷에서는 광고 중단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한은퇴자협회는 이 광고를 지난해 최악의 광고로 선정했다.

당시 이 논란을 보면서 몇년 전 극장에서 영화 상영 전에 보여준 단편 애니메니션이 문득 떠올랐다. 한 어린아이가 병아리와 함께 뛰어놀며 환히 웃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자동차가 그만 병아리를 치고 말았다 .

화면 가득 핏빛이 튀었다. 놀란 아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그때 차에서 내린 아저씨가 만 원짜리 한 장을 아이 손에 쥐어줬다. 아이의 눈이 휘둥그래지더니 표정이 바뀌고 깔깔거리며 막 달려갔다.

정말 놀랐다. ‘이런게 돈의 힘인가’ 라는 생각에 영화를 보는 내내 돈 만 원을 거머 쥔 아이의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남편과 병아리를…. 그리고 10억 원과 1 만원을 등치시키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그 10억원이 남편의 자리를 대체 또는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을 은연중 내비치는 통에 여전히 마음은 편치 않았다.

10억원을 받으려면 월 156만 원씩 15년간 납입 또는 월 300만 원씩 10년간 납입 정도의 계약을 해야 한다.
숨진 의사는 월 203만 원의 보험 계약을 했다. 굳이 그 광고가 아니어도 모든게 돈으로 환치되는 세상인 건 분명한 것 같다.

"부자 아빠." "여러분 부자 되세요."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줍니다." 등이 뻔뻔할 정도로 당당히 들리는 세상이다.

사람의 가치가 인격이 아닌 연봉으로 재단되기 시작한 건 이 땅에 프로야구가 들어온 이후로만 잡아도 벌써 꽤 됐다.

인명경시풍조 속에 사람들 사이에 춤추는 황금만능주의는 또 얼마나 더 심해질지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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