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살겠다”는 태권도관장의 울분, 정부 듣고 있나?

과천시설관리공단 ‘초저가’ 태권도교실 운영, 주변 태권도장 폐업 속출



   
▲ 소지환 관장(과천중앙태권도장)

오래전부터 대규모 초저가 독과점 태권도강습으로 갈등과 잡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경기도 과천시 시설관리공단의 이야기다.

과천시 시설관리공단의 태권도교실이 지역의 사설태권도장의 수강료의 1/3 수준으로 운영돼 인근의 태권도장에 경영상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과천시 태권도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소지환 관장(사진, 용인대중앙태권도장)에 따르면, 전국의 시설관리공단을 조사한 결과 하루 2번 또는 주2회 정도의 소규모로 운영하는 지역은 있으나 과천처럼 속된말로 ‘싹쓸이 하듯’ 4~5백 명의 수련생을 신청받으며 지역 사설태권도장들한테 결정적 타격을 주며 폐업으로 몰고 가는 곳은 없다는 것.

또한 현재 시설관리공단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수련생들의 거의 배(倍)가 되는 잠재 수요층이 지역 사설태권도장들의 입관 홍보에는 어떠한 움직임도 안 보이면서 시설관리공단 태권도교실에 정원이 생기면 기존 수련생들마저도 거기로 부랴부랴 옮기고 있어 지역의 일선 관장들은 그에 따른 사기저하 등 심리적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뿐 아니다. 과천지역 태권도관장들이 진정 분개하는 이유는 시설관리공단의 ‘저가(低價)’ 수강료도 그렇지만 거기로 지나치게 몰린 수련생들의 수적 우세가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수’의 지역 사설태권도장의 수련생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

“좁은 과천지역을 수적(數的)으로 많은 시설관리공단 태권도교실 수련생들이 ‘우르르’ 몰려다니기 때문에 일반 태권도장의 어린 수련생들은 그 위세에 위축돼 기(氣)도 펴지 못할 지경입니다. 태권도를 배우는 수련생들에게 ‘기(氣)’를 심어주는 게 관장들인데 기 눌린 제자들을 볼 때면 경영상의 어려움보다 더 가슴이 아픕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국기원이나 대한태권도협회 등에서 실질적인 어떠한 대책을 현재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

자유시장경제의 상황에서 경쟁에 밀려 도태된다면 그것은 당사자의 책임이 클 것이다. 하지만 공정한 경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과천시 관내 태권도관장들은 그야말로 무기력감과 심리적 박탈감, 그리고 ‘무대책’인 태권도협회 등으로부터의 소외감을 이루 말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 자료사진, 과천시민회관 표지석

과천시 시설관리공단의 태권도교실이 ‘3분의1’ 혹은 ‘반값’ 수강료로 운영을 지속할 경우 주변 사설태권도도장들의 ‘줄폐업’은 불 보듯 뻔하고, 관장사범들은 실업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정부나 지자체, 그 누구도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

물론 국민건강증진차원에서 생활체육 저변확대를 위한 학교 또는 지역스포츠센타에 많은 강좌를 개설하고 그것을 촉진시키려고 하는 것은 좋다. 그렇지만 이처럼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시켜가며 무리하게 추진하는 정책이 과연 옳은 것인지 묻고 싶은 것이다.

사실 과천 시설관리공단의 이런 무차별적 ‘싸구려’ 태권도교실 운영은, 정부가 대기업의 무분별한 기업형 슈퍼마켓(SSM) 설립 등을 규제하는 상생법을 만들어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정책기조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러한 시설관리공단의 ‘저가’ 태권도교실 운영과 그에 따른 혜택이 정작 소외계층이나 저소득층보다는 엉뚱한 이용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도 ‘실효성’부분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육열이 높은 과천지역의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해 영어, 수학 등 다른 사교육비로 고액을 지불하며 인근의 강남이나 평촌으로 학원을 보내면서도 태권도는 ‘저렴한’ 시설관리공단으로 보내고 있다는 것.

자녀들의 심신의 건강을 위해 태권도장에 보내되 굳이 ‘제값’주고 사설태권도장에 보낼 필요성은 느끼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것은 학부모들의 태권도와 일반태권도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보여주고 있어 염려되는 대목이다.

소 관장은 과천지역 일부 학부모들의 그러한 인식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실제로 신학기에 학교 앞이나 아파트 등지에서 수련생 유치를 위한 입관홍보물을 배포하더라도 학부모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삼삼오오 모여 “태권도는 시민회관(시설관리공단 태권도교실 건물)이 싸니까 그쪽으로 보내”라며 ‘태권도=저렴’이라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 관장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과천 시설관리공단 태권도교실의 이런 무차별적 ‘저가’ 정책이 태권도의 격을 떨어트림은 물론 궁극적으로 태권도 전체의 질을 떨어트려 ‘사범’이라는 태권도지도자로서의 가슴에 ‘긍지’와 ‘자부심’을 더 이상 품을 수 없게 될 것이며 또 그렇게 될까 두렵다는 것이다.

아무튼, 소 관장을 비롯한 과천지역 태권도 관장들은 힘들다. 그것도 무척.

정부나 지자체, 그리고 태권도단체 등이 그들의 “힘겹다”는 소리를 언제까지 모른 척 할지 아니면 거기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내놓을지에 태권도인들은 관심을 거두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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