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59>詩로 읊는 가을



   
 

우리나라의 가을은 절후상 입추부터 입동 전까지를 일컫는다. 금년의 경우 8월 8일이 입추 였으니까 가을이 된지 한참 지났다. 그러나 양력의 달력상으로는 9월부터가 가을이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가을이 되는 셈이다.

굳이 언제부터가 가을 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의미도 없고 그렇게 말하기도 어렵지만 아침 저녁 바람이 다른 걸 보면 가을이 온 건 분명하다. 가을은 어떤 계절인가? 아직 더운 기운이 조금은 남아있지만 ‘가을 더 위와 노인의 건강’이란 말이 있듯 그 더위는 오래 가지 않는다.

가을은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계절이라 가을을 꾸미는 말들이 무척 많다. 농경 시대에는 가을이 수확의 계절이었고 일년 중 가장 풍요로운 계절이다. 그 래서 ‘가을 밭에 가면 가난한 친정에 가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독서하기 좋다고 해서 ‘등화가친의 계절’, 하늘이 높다고 해서 ‘천고 마비의 계절’, 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고 해서 ‘사색의 계절’ 등으로 불린다.

가을은 분명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절이다.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면 누구라도 ‘허무’라는 낱말을 가까이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호우 시인은 그의 ‘청추(聽秋)’라는 시조에서 “아무리 여름이 더워 도 싫단 말 다신 않을래/ 이 밤도 또 밤새워 우는 저 가을 벌레들 소리 / 더구나 우수수 잎들이 지면 어이 견딜가본가”라고 노래했다.

고은 시인 은 대중가요로 작곡되어 널리 알려져 있는 ‘가을 편지’에서 “가을엔 편 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라고 읊기도 했다.

가을을 노래한 많은 시편들이 있지만, 엄숙하고 경건한 시풍으로 내적 충실을 갈망하는 다형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가 많이 읽힌다. 이 시를 읽으며, 삶을 성숙시키는 가을로 만들어 가기를….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 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무 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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