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57>추선(秋扇)
![]() |
||
말복(末伏)과 입추(入秋)를 뒤로하고 처서(處暑)와 칠석도 지나고, 이제 일주일 뒤면 백로(白露)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맹위를 떨치던 여름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계절은 어느새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말복은 음양오행설에서 더위가 금(金)을 녹일 정도로 가장 지독하다고 했다. 그러던 무더위도 자연의 순환앞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석으로 언뜻선뜻 한기가 스민다.
절기상으로 지나간 입추(立秋)가 가을의 시작이지만 가을빛은 역시 처서가 지나야 나타난다. 예부터 처서가 되면 벼가 누렇게 익기 시작하고 매들은 참새사냥에 나선다고 했다. 백로는 흰 이슬이 풍성한 곡식에 맺혀 수확할 때가 됐음을 알린다.
그러나 전남과 광주지방에 연이은 두개의 초대형 태풍 피해로 상처가 너무 커 올해는 도무지 지난 해 같은 풍작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선인들은 가을이 되면 추선(秋扇), 즉 가을부채라는 말을 빌어 인간의 경망함을 깨우쳤다. 한 여름에 한시도 손에서 떼지 못하던 부채건만 가을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부채를 어디에 둔지도 모르게 잊어버린다. 그래서 일찌기 시인들은 추선을 ‘버림받은 여인’으로 비유했다.
제발이지 천재든 인재든 해마다 되풀이되는 재해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겠다.그 첫걸음은 생명에 대한 외경심이다.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마지막 사람일 뿐이다. 작은 벽돌 하나, 자동차의 볼트 하나, 도로의 표지판 하나에도 생명을 다룬다는 두려움이 깃들어야 한다.
특히 미리 미리 단속하여 사전예방을 철저하게 함으로써 반복되는 자연재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언필칭 과거의 대형 참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겠다.
수확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며 추선의 의미를 되새겨 볼 때다.
댓글 쓰기
댓글 작성을 선택하시고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