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독도, K팝은 K팝” 그러나 일본에선…



   
▲ 지난 18일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서 성공적으로 치러진 SM타운 콘서트(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대한민국 영토 독도를 둘러싼 한일 정부 간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문제 삼은 일본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제안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유감’ 표명의 서한도 보냈다.

일본 정부의 압박이 경제·문화 전반에 걸친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잖아 각 분야 전문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K팝을 중심으로 한 일본 내 한류 열풍에 먹구름이 끼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K팝을 이끌고 있는 현장 관계자들은 독도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가요 기획사 측은 아직 그 위기를 피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 단기적으론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대형 기획사 대표는 “문화와 정치적인 사안을 연결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마이니치(每日) 신문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 전국 성인 남녀 1638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4%가 “(한국에 대한) 감정이 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응답자 50%가 “감정이 나빠졌다”고 답했지만 이는 50대 이상 연령대 비율이 쏠린 결과라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일본의 젊은이들은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가 어디에 있는지, 뭐가 문제가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여기에 K팝으로 대표되는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친근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고 마이니치 신문은 보도했다.

지난 18일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3’에서도 이러한 기류는 여실히 증명됐다. 콘서트를 찾은 4만여 명 가운데 약 1만 명은 외국인이었고, 그 중 절반가량은 일본 팬으로 관측됐다. 슈퍼주니어 팬이라고 밝힌 요코(23·여성) 씨는 “다케시마든 독도든 중요하지 않다”며 “그저 내가 응원하는 가수의 음악이 좋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독도 분쟁이 일본 내 잠재해 온 반한류 기류에 새로운 불씨를 지핀 건 어느 정도 사실이다. 이날 한 일본 네티즌은 가수 사이먼디(쌈디) 트위터에 “한국 죽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는 일본 땅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왜 한국이 일본의 영토를 가졌는지, 한국은 머리가 이상. 한국 국민 전체를 학살해야 한다”는 망언도 쏟아내 한바탕 양국 네티즌의 설전을 유도했다.

앞서 광복절을 맞아 김장훈과 한체대 수영부 학생들이 주도한 독도 수영 횡단 프로젝트에 참여한 배우 송일국 역시 불똥을 맞았다.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강력반’ 등 송일국이 출연한 드라마들의 일본 방영이 줄줄이 연기된 것. BS재팬·BS니혼 TV는 악화된 현지 시청자들의 감정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일본 내 반한류 움직임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일본에 진출한 배우 김태희 역시 한때 독도 사랑 캠페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반일 배우’로 낙인 찍혀 홍역을 치렀다. 일본 우익 단체들은 후지TV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후지TV는 꿋꿋이 버텼지만 이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후지TV는 김장훈과 송일국의 독도 프로젝트를 집중 조명했다. 두 사람이 언제부터, 왜, 어떻게, 무슨 목적으로 독도에 관심을 두는지, 한국 내 입지와 그 영향력은 어떠한지 등을 몇몇 한국 기자에게 캐물었다. 후지TV 관계자는 “그만큼 일본 현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불편한 진실도 있다. K팝 스타를 보유한 다수 국내 기획사들은 독도 분쟁과 관련한 기자의 물음에 익명 보도를 부탁하거나 답변을 꺼렸다. 한마디로 “잘못 엮이고 싶지 않다”는 거다. 독도처럼 예민한 문제에 휘말렸다가 한류의 가장 큰 수익 시장인 일본에서의 활동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들에게 김장훈과 송일국의 행보는 존경스러우면서도 무모해 보이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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