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을 이끄는 쿠웨이트 여자 국가대표팀 신동선 감독



   
▲ 신동선 쿠웨이트감독

[쿠웨이트=이효주 특파원]

신동선 감독님, 쿠웨이트 여자선수들이 한국의 전통 무술인 태권도를 잘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지난 2008년 9월, 당시 성신여대 태권도부 사령탑을 맡고 있던 신동선 감독(여)에게 한 통의 메일이 날아왔다. 걸프협력이사회(GCC) 여성스포츠연맹 회장인 쿠웨이트 왕족(공주), 알 아흐메드 알 자베르 알 사바가 직접 보낸 것. 한마디로 쿠웨이트 여자 국가대표 태권도 감독직을 맡아달라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몇 차례 메일과 전화통화를 주고받던 신 감독은 왕족의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태권도를 중동지역 여성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그러나 한국 실정에 맞춰 일방적으로 책정한 몇 가지 조건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수많은 대회에서 갈고닦은 승부사적 기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이번에는 연맹 회장이 직접 나섰고, 조건도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정든 서울을 떠나야 하나”. 신 감독은 여러 날 고민 끝에, 지난해 9월 쿠웨이트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물론 가슴속에는 꿈과 희망이 가득했다. 전통적 이슬람 국가인 쿠웨이트에서 간혹 남자 태권도 감독은 찾아볼 수 있겠지만, 여자 감독으로는 자신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쿠웨이트 진출 교두보 역할이 내 임무

그러나 막상 짐을 풀고, 선수들을 만나고 나니 한순간, 기대는 걱정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어떻게 훈련을 받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실력이 너무 초라하더군요. 선수들 역시 태권도에 대한 열의가 급속히 떨어진 상태였어요.” 신 감독이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고민하던 그는 태권도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기합’소리부터 바꿔나가기로 마음먹고 먼저 시범을 보였다. 작전은 대성공.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체육관 전체에 울려퍼지자, 선수들의 눈이 빛나고 활력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특히 최종국 쿠웨이트 남자 국가대표 태권도 감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최 감독은 문대성 의원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인물. 지성이면 감천일까. 지난해 말 카타르대회에서 동메달 1개를 따는 성과를 거뒀다. 쿠웨이트 공주가 제시한 1차 목표를 무사히 달성한 셈이다.

대표팀 감독직은 1년 단위로 계약이 갱신된다. 관례상 신 감독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장기 근무가 가능하다. 그러나 그 에게는 간절한 소망이 따로 있다. 한국인 출신 선수들이 쿠웨이트에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 “이곳에는 꼭 국가대표팀 감독이 아니더라도 경찰학교나 스포츠클럽 등 취업할 만한 곳이 널려있고, 한국인에 대한 인식도 매우 좋은 편”이라고 말한다.

신 감독이 태권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중학교 시절. 우연한 기회에 태권도 시범경기를 구경하고 난 후 한눈에 반했다. ‘여자가 무슨 태권도냐’며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으나 태권도 공인 6단의 실력을 갖출 때까지 거침없이 달려왔다. 대학졸업 후 2009년, 인천과 경남 양산시청에서 태권도 선수단으로 활동했다. 당시 95년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과 아시아 선수권 대회(페더급)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97년에는 체급을 라이트급으로 변경, 국가대표 최종 선발 전에서 1위로 합격하기도 했다. 현역에서 물러난 신 감독은 2001년부터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댓글 쓰기

댓글 1

  1. 태권선배님이

    장하다 신동선 성신여대 파이팅!
    외국생활 17년 선배로 기특하게 생각합니다.
    도전정신에서 그리고 가르침..! 경험이 당신을 강하게 합니다.신동선 파이팅^^!

Photo News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