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河칼럼>그대, 대권을 꿈꾸는가



   
 

‘날마다 밤마다/ 그대로 더불어 가는 화원이 있다/ 끝없는 마음/ 한없는 생각/ 추상된 세계가 현실을 얻지 못하는 밤이기에/ 나의 꿈은 항상 청춘이다’(꿈·김광섭)

‘물구슬의 봄 새벽 아득한 길/ 하늘이며 들 사이에 넓은 숲/ 젖은 향기 불긋한 잎 위의 길/ 실그물의 바람 비쳐 젖은 숲/ 나는 걸어가노라 이러한 길/ 밤저녁의 그늘진 그대의 꿈/ 흔들리는 다리 위 무지개 길/ 바람조차 가을 봄 걷히는 꿈’(꿈길·김소월)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 학창시절에 한 번쯤 들어봤을 금언이다. 그런데 전자의 꿈과 후자의 꿈은 뜻이 전혀 다르다. 전자는 ‘잠자는 동안에도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사물을 보고 듣고 행동하는 정신현상’을 의미하고, 후자의 꿈은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을 말한다. ‘꿈 깨라’ 같은 말에서의 꿈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을 뜻한다.

앞뒤의 글귀에 따라 뜻이 달라지듯 꿈의 종류도 다양하다. 꿈의 허망함과 헛됨을 절절하게 묘사한 일장춘몽과 백일몽이 있는가 하면, 해몽의 영역에는 길몽과 흉몽이 있다. 태어날 아기의 운명을 계시하는 태몽도 있고, 가위눌리는 악몽도 있다. 또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이 있고, 남영로의 소설 ‘옥루몽’도 있다.

하지만 하고많은 꿈 중에서도 가장 장대한 꿈은 대권을 향한 꿈이 아닐까 싶다. 대한태권도협회 수장이 되기위해 올 12월 결전의 꿈을 키워가는 후보들은 각 시도협회 및 연맹체 대의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꿈 마케팅을 펼친다. 1만여 관장들에는 도장활성화의 꿈을, 선수와 수련생에게는 상급학교 진학의 꿈을 제시하기도 한다.

내년 6월에 새로 뽑힐 국기원장 자리는 태권도계를 쥐락펴락 할만큼 명실상부한 대권을 행사하는 직책이기에, 국내 원로 사범은 물론 전세계에서 난다 긴다 하는 한인사범들이 벌써부터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나름 국제화시대에 걸맞는 감각과 지식과 리더십을 갖췄다고 자임하면서 말이다.

대권 후보들의 공약과 꿈이 담긴 청사진을 보면 마치 이상향이 금방이라도 실현될 것 같지만, 여전히 사회적 약자의 현실은 남루하고 초라하다. 일선도장의 활성화, 태권도역사의 정립, 태권도교본의 통일, 세계화 안착과 세계문화유산 선정의 꿈은 현 제도권에서는 아직도 이루지 못한 꿈이다.

내년 1월이면 우선 대한태권도협회장 후보 중 한 사람은 작은 대권의 꿈을 성취할테고, 내년 6월이면 큰 대권을 성취하는 사람이 등장할 게다. 누가 대권을 쥐든 ‘만민 태권도인들이 꿈꾸는 이상향’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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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 이기수님이

    역시,,,박 국장님,,,예의 예전의 필력이 다시 살아나신 것 같습니다. 촌철살인 일필휘지로 어지러운 태권도계를 다시 바로 잡아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박국장님 파이팅!! 한국 나가면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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