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정신부터 배워야 할 올림픽후원업체들

최예용 /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지난 28일 새벽, 영국 런던에서 제30회 여름올림픽이 화려하게 개막했다. 무분별하게 배출된 지구온난화 물질로 지구촌 곳곳이 급격한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중동과 아프리카지역 등에서는 사람들 간의 갈등이 지구촌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가운데 열리는 런던올림픽이다. 찜통더위에 시달리고 정치판의 ‘더티플레이’에 지친 가운데 시원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니 아무래도 눈길이 자주 간다.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이 정해진 룰을 지키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한 명승부를 펼쳐 승자에게 축하하고 패자에게 격려의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는 스포츠정신이 맘껏 발휘되길 바란다.
지난해 11월 인도에서 열린 아시아산재공해병피해자대회에 참석했다가 잠시 짬을 내 인도 보팔을 방문한 적이 있다. 1984년 미국의 농약회사가 큰 폭발사고를 내서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른바 ‘보팔 참사’가 일어난 곳이다. 15만명이 만성적인 질병에 시달리고 그중 5만여명은 생명이 위중한 상태이며, 그동안 2만5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보팔 피해자들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다우케미컬이라는 미국의 화학회사가 후원사로 나선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보팔책임을 촉구하는 국제활동을 조직하고 있었다.
다우케미컬은 보팔 참사를 일으킨 미국 농약기업 유니언카바이드사를 인수했지만 보팔피해 문제 해결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우의 보팔공장은 사고 뒤 27년여 동안 고스란히 방치돼 있고, 이 지역의 오염된 지하수로 수백명의 기형아가 태어나고 있다. 하지만 최악의 공해수출사고를 저지른 미국 다우케미컬은 그곳에 없다.
지구촌 휴대전화 시장을 석권하고 각종 전자제품을 팔고 있는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전자도 런던올림픽의 후원사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자신을 위해 일하다 치명적인 질병에 걸려 생명을 잃거나 신음하고 있는 146명의 노동자들을 돌보지 않아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국제적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지구촌 네티즌들에 의해 ‘최악의 기업’ 3위에 오르는가 하면, 산업보건과 환경보건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 <직업환경보건국제저널>(IJOEH)이 최근호에서 삼성전자의 위험한 작업환경 문제를 특집으로 다뤘다.
런던올림픽의 양대 스폰서인 미국 기업 다우케미컬과 한국 기업 삼성전자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올림픽을 후원하면서 자신들의 회사 이미지를 포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비록 인수합병된 유니언카바이드 회사가 과거에 일으킨 문제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성심껏 피해자를 위로하고,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직업적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기 어려운 문제지만 회사를 위해 청춘을 바친 이들이 희귀질병에 걸려 어려운 처지에 있으므로 식구처럼 보듬고 도와주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일까? 법원이 인정한 산업재해 사례마저 인정 못한다며 항소해 피해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이 글로벌 기업이자 런던올림픽 스폰서 삼성전자라는 사실을 올림픽 열기에 푹 빠진 지구촌 시민들이 안다면….
국제 스포츠 행사를 후원하는 다우와 삼성이 보팔 문제와 노동자 질병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이미지 포장을 통한 장삿속에만 매달린다면, 스포츠정신을 저버린 선수에게 야유를 퍼붓는 스포츠팬과 같이 지구촌 소비자들의 분노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올림픽 선수들의 페어플레이 정신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가정신은 뭔가 통하는 게 있지 않을까? 글로벌 화학기업 다우케미컬과 글로벌 전자회사 삼성전자가 보팔 문제와 노동자 산재 문제에 대해 결자해지 차원의 해법을 내놓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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