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한국양궁 남자 단체전 아쉬운 銅

3~4위전서 멕시코 눌러...우승국 이탈리아 비롯, 모두 한국인 지도자가 조련

[런던(영국)=올림픽특별취재단]

   
▲ 29일 런던올림픽 양궁장인 런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한국선수들이 시상식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임동현 김법민 오진혁.

양궁에서 ‘글로벌 공한증’은 사라졌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은 철옹성으로 여기던 여자양궁 개인전을 내준 데 이어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 남자양궁 단체전의 올림픽 4연패마저 좌절됐다. 각국의 전력 평준화로 더는 한국이 독보적인 양궁 강국으로 군림하기 어려워졌다.

한국은 2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체전 4강에서 미국에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동메달에 만족했다. 세계 정상이라고 자부해 왔던 한국에는 작지 않은 충격이다.

한국은 남자 단체전에서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3개 대회 연속으로 정상을 지켜왔다. 준결승전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은 것은 미국. 미국의 사령탑은 1990년대 한국 대표팀을 이끌다가 호주를 거쳐 미국에 정착한 이기식 감독이다.

남자 단체전 4연패의 불발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여자양궁이 개인전 금메달을 놓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 여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한국의 박성현을 꺾은 중국의 장쥐안쥐안도 한국인 지도자의 조련을 받았던 선수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인 지도자들이 한국 특유의 훈련법을 그 문화에 맞게 전파해 경쟁국의 전력이 급성장했다. 브래디 엘리슨, 제이크 카민스키, 제이콥 우키 등 미국 선수들은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양궁 발전의 동력을 묻자 "코치 리(이기식 감독)!"라고 합창했다. 우키는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낯선 훈련도 경험하며 합숙생활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도 키우면서 점점 더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올림픽 양궁에 출전한 40개국 가운데 한국인 지도자가 감독으로 있는 곳은 무려 11개국이다. 특히 남자 단체전 4강에 오른 나라는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멕시코와 이탈리아의 사령탑도 한국인이다. 멕시코는 이웅, 금메달을 차지한 이탈리아는 석동은 감독이 오랜 기간 선수들을 조련했다.

외국에 진출한 한국인 지도자들의 열정과 노력이 한국 양궁을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독이 돼 돌아온다는 ‘부메랑 효과’로 거론되지 않을 수 없다. 오선택 한국 남자 대표팀 감독은 "우리는 기량뿐만 아니라 훈련법 등도 세계를 선도한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다른 나라가 한국을 모방하면서 실력이 많이 올라왔다"고 인정했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코치의 지도를 받은 브래디 엘리슨(미국)이나 디피카 쿠마리(인도)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더는 한국 선수와 마주칠 때 두려움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술 못지않게 고도의 정신력이 필요한 양궁 종목에서 한국인 지도자들은 한국 선수들을 향한 두려움마저 없애버린 것이다.

한국은 4강전에서 미국에 219-224로 패했다. 1∼2점차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시소게임에서 한국 남자 양궁은 마지막 4엔드에 무너졌다. 164-165로 3엔드를 마치고 마지막 6발에서 한국은 55점을 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미국은 마지막에 잇따라 10점에 꽂는 등 59점으로 오히려 기세를 올렸다.

3-4위 결정전에서도 멕시코는 10점을 한국보다 1개 많은 12개를 쏘았으나 초반의 치명적인 실수를 극복하지 못하고 한국에 동메달을 넘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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