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2014인천AG가 본받아야 할 런던올림픽 개막식

이기백 / 발행인

본격적으로 ‘금맥’이 터진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느라 밤잠을 설치는 독자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분들의 경우 혹시 한낮에도 귓전에 어떤 음악이 맴돌지 않으시는지?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는 그 음악이 혹시 영화 ‘불의 전차’ 주제곡은 아닌지…. “맞아, 그게 그거였지”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런던올림픽 개막식 때 ‘미스터 빈’의 배우 로완 애킨슨이 깜짝 등장해 커다란 웃음을 안겼던 장면에서 연주됐던 곡이다.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가 ‘불의 전차’를 연주할 때 애킨슨이 키보드 연주자로 등장해 한 음정만 계속 두드리며 중계를 지켜본 10억 지구인을 웃겼다. 워낙 널리 알려진 곡인데다 이번 올림픽 시상식의 배경음악으로도 흘러나오고 있어 대회 내내 전세계인의 귓전에 그 음악이 맴돌게 됐다.

이번 개막식에서는 자신들의 대중문화에 대한 영국인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연출자가 2008년 아카데미상을 8개 부문에서 수상한 ‘거장’ 대니 보일 감독이어선지 곳곳에 영국이 고향인 대중문화들이 배치됐다. 영국 작가들의 작품 ‘해리포터’와 ‘메리 포핀스’의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영국 영화 ‘007’을 패러디해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본드걸’로 분장해 헬리콥터에서 낙하하며 경기장에 등장하는 것으로 연결시키는 장면 등은 한시도 개막식 중계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 것 같다.

대미를 장식한 압권은 역시 ‘헤이 주드’를 열창한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가 아니었을까. 그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장면이 비쳐지고 노래를 시작했을 때, 일흔 살의 노인이 과연 205개 국가에서 온 각양각색의 선수들을 어떻게 집중시킬까, 은근히 걱정(?)이 됐다. 기우였다. 오래 반복된 마지막 후렴구 ‘나 나 나 나∼’에서 관중은 물론, 각국에서 온 선수들까지 하나로 몰입됐다.

역대 올림픽 개막식의 ‘최고’라는 명성은 2008년 베이징대회 개막식에 붙었었다. 당시 개막식도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감독 장이머우가 총연출을 했다. 5000년 중국 역사를 펼쳐놓았던 베이징 개막식은 스케일에서나 화려함에서 그 전의 올림픽 개막식을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그런데 베이징 개막식을 봤을 때 장이머우 감독의 2002년 영화 ‘영웅’이 겹쳐졌었다. 필자뿐이 아닐지 모르겠다. ‘영웅’을 극장에서 봤을 때 장이머우의 매력에 푹 빠졌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종국에 대(大)중화주의로 결론이 나는 것을 보고 그랬다. ‘뭐’ 씹은 기분으로 영화관을 나섰던 기억이 있다. 베이징 개막식도 그런 느낌을 줬을까. 어떤 위압감 같은 거, 특히 한반도인의 잠재의식에 남아있을 거대 중국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 같은 게 올라왔다고 할까. 그와 비교하면 이번 런던 개막식은 가볍고 재미도 있었지만, 영국 역사를 다루면서도 여성·노동·동성애 운동 등도 삽입되며 더 국제적인 세련미가 녹아 있었다. 베이징의 ‘과시’보다는 런던의 ‘문화’가 세계인들에게 더 감동을 주지 않았을까.

우리도 2014년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을 열게 된다. 올림픽만큼은 아니더라도 수많은 아시아인에게 인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게 된다. 사실 주최측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는 개막식이다. 예전처럼 군인이나 학생을 동원하기도 쉽지 않을 터이고, 무엇보다 어떤 주제와 내용을 가져가느냐가 간단치 않다.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도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임권택 씨가 총연출자로 이미 선정돼 있다. 런던올림픽 개막식을 보면서 임 감독의 머리도 복잡했을 듯하다. 벌써 ‘기대반, 우려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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