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스포츠과학의 결정체다

김응준 / 경기대학교 교육대학원 체육교육학과 조교수

‘신사의 나라’, ‘안개의 나라’라는 영국 런던은 현재 지구촌에서 모든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인기 있는 도시가 됐다. 영국은 2012년 런던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올림픽 개최 3회라는 전례가 없는 위업을 달성하게 됐다. 런던올림픽은 전 세계 203개국에서 2만여명의 국가대표선수가 참가하는 세계적인 축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러본 우리로서는 런던 시민들의 흥분되고 기대되는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는 국력’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하며 스포츠는 감동의 순간들을 제공해 준다. 이러한 스포츠는 대표선수 스스로의 힘으로 각본 없는 드라마, 국력의 지표와 더불어 감동을 제공하는 것이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답은 선수 스스로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선수들의 능력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보고 있는데 여기에 여러 가지 환경변수를 극복하는 능력까지 추가해야 할 것이다. 종목마다 다르지만 환경 변수를 예로 들면 경기장의 특성, 시합 당일의 날씨 요인 등을 극복하는 능력들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환경변수들을 극복하는 능력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스포츠과학(Sport Science)이다. 스포츠 현장에서 스포츠과학을 다루는 사람들을 스포츠과학자(Sport Scientist)라고 부른다.

대한민국에서 스포츠과학자라는 용어는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로 각종 미디어를 중심으로 사용되어 왔지만, 대중화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일명 히딩크 사단의 스포츠과학자들이 각종 언론을 타면서부터일 것이다. 체력을 유지시키고 끌어올리는 것을 담당하는 체력전문가 레이몽드 베르하이엔과 상대팀의 전술·전략을 영상으로 정리해 보여 주는 비디오디렉터 압신 고트비 등이 활약하는 것을 보면서 스포츠과학이라는 용어가 대중들에게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런던올림픽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태극전사들의 올림픽 메달 사냥을 뒷받침해 온 스포츠과학자들도 바빠졌다. 우리나라는 유럽과 북미의 클럽제도와는 다르게 국가주도로 엘리트 선수들을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시킨다. 또한 태릉선수촌 옆에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에서 금메달 후보들에게 스포츠과학을 적용해 훈련을 도와 주는 스포츠과학자들이 있다. 올림픽 준비기간 스포츠과학자들과 국가대표 태극전사들이 함께 노력하지만 올림픽 기간에도 국가는 스포츠과학자들을 런던 현지로 파견한다.

국가에서 많은 돈을 들여 스포츠과학자들을 런던올림픽이 개최되는 현장에 파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얘기한 대로 환경적 변수가 대한민국 국가대표 태극전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스포츠 경기력을 극대화하려는 스포츠과학을 스포츠과학자들로 하여금 가능하도록 시도하려는 것이다. 오는 27일이면 런던올림픽이 개막해 17일간의 스포츠 축제가 시작된다. 필자를 비롯, 세계의 스포츠과학자들이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스포츠과학을 진보시켰는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필자는 영국에서 지난 27일 런던올림픽 개막식을 봤다. 자료 수집과 일부 스포츠과학자들을 만나기 위해 히드로 공항을 거쳐 서쪽의 카디프, 버밍엄, 셰필드, 선덜랜드의 스포츠관련 대학을 방문했다. 또 제9회 세계 스포츠경기력 분석학회에 학술발표를 위해 우스터시의 우스터대학교를 찾았다.

서머타임을 실시하고 있는 영국은 서울과 8시간의 시차가 있다. 북극에 가까이 위치한 영국은 오후 10시에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현상이 나타난다. 스포츠과학자들은 시차에서도 밤과 낮이 바뀔 뿐만 아니라 백야현상까지 고려해 훈련과 적응훈련을 준비한다. 즉 런던에서 풀어야 할 첫 과제는 신체적 능력과 정신적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신체적 능력을 스포츠과학에선 ‘체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체력의 정의는 국내외 학자들마다 다양한 정의를 내리고 있지만 보편적인 정의는 ‘사람이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능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를 선수들에게 적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선수들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통제하고 상대 선수를 제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스포츠과학에서 체력은 두 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일반인들의 건강을 위한 건강관련체력으로 심폐지구력·유연성·근력-근지구력·신체구성(체지방량)이며, 다른 하나는 운동선수들의 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운동관련 체력으로 건강관련체력을 포함해 조정력·평형성 등 나머지 모든 체력요인을 포함한다.

따라서 스포츠과학자들이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스포츠과학을 적용해 경기력 극대화를 위한 체력을 향상시키고 유지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경기연맹에선 감독, 코치, 트레이너 등에게 영국, 미국, 독일, 호주와 같은 스포츠 선진국가로의 해외 연수를 지원하고 있다.

런던에서 풀어야 할 두번째 과제로는 시차·환경의 변화로 선수들의 상태가 나빠지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특히 시차·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는 경기 결과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역대 어느 올림픽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시차·환경의 변화요인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체육과학연구원이나 국내 유명 스포츠분야 교수 및 스포츠과학자들은 선수들이 이런 불리한 환경을 딛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짠다. 스포츠생리학자들이 현지 기후, 경기장 기상과 분위기, 경기 일정에 따른 선수의 생리적 특색 등 경기력에 미칠 영향을 환경생리학 측면에서 세밀하게 분석하면, 스포츠영양학자들은 컨디션 회복을 위한 식단과 최상의 상태에 있는 체력을 유지하는 식단을 선수별로 마련한다.

최선의 준비과정을 통해 경기가 임박하고, 상대팀이나 상대선수들의 윤곽이 나타나면 스포츠측정평가의 분야인 스포츠기록분석이 이뤄진다. 영국이나 유럽에선 측정평가의 하위분야가 아닌 하나의 독립된 영역으로 스포츠경기력 분석을 사용한다. 스포츠기록분석에선 상대팀이나 상대선수들의 훈련, 대륙간·지역간 경기영상을 수집하고 경기전략과 전술을 탐색하는 분석이 이뤄진다. 이어 스포츠기록분석을 통해 우리팀이나 우리 선수들이 보완해야 할 점을 선수, 코치진과 토의하고 대응 방안을 내놓게 된다.

댓글 쓰기

Photo News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