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덕분에 프랑스인 환대 받은 한국인 손님들

한샘 / 프랑스 샘여행사 대표

여행업에서 여행의 꽃은 가이드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이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말이다.

얼마전에 묘지를 방문하는 그룹이 있었다. 방문팀 가이드 선정은 늘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믿고 맡길 든든한 분이 있어 늘 감사한 마음이다. 이분은 자신의 이름 석자를 걸고 성심 성의껏 일해주시는 분이다.

유학생 신분에서 빚을 내어 여행사를 차리고는 초창기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이런 분들의 은덕으로 자를 잡을 수 있었다. 이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고 서로가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커가는 것이다.

이 팀의 가이드를 맡았던 일명 대빵어른의 일화이다.

통역을 맡은 가이드는 일반적으로 손님들보다 그 분야에 박식하지 못하다. 손ㄴㅁ들은 대부분 전문가들이지만 통역가이드는 미리 통역할 내용을 받아 나름 전문용어 공부를 하고 준비를 할 뿐, 내용에 있어서 전문가(손님)를 따를 수 없다.

손님한테 감동한 통역가이드

묘지방문팀을 만난 첫날 밤, 통역가이드로 나간 대빵어른은 손님 대표분에게 큰 감동을 받았단다. "통역가이드라고는 하지만 우리처럼 묘지가 전공은 아니실테니 묘지에 관한 전문용어를 좀 찾아왔습니다. 밤에 잠깐 훑어보세요."

내용을 보니 한국어, 불어 묘지 전문용어를 한국에서 일일이 찾아서 정리하여 준비해왔던 것이다. 이 자료를 건네주는 손님대표분의 배려하는 마음이 저내져와 밤새 열심히 준비를 했다 한다. 대빵어른이 통역가이드 하면서 이렇게 세심한 배려를 받은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손님과 통역가이드가 서로 호홉을 맞춰 상호 협조적일 때 방문 목적을 100% 달성할 수 있다. 이 팀을 진행하면서는, 방문지마다 난관이 있기도 했으나 손님과 통역가이드가 마음이 잘 맞고 서로 일이 되게 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보니 막히던 일들도 술술 잘 풀려나갔다 한다.

그중 한가지는 우리나라 태권도에 관련된 이야기다. 묘지방문과 태권도가 도대체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깐깐한 프랑스 묘지의 수위아저씨

마지막 방문지에 도착했다. 친절한 프랑스 담당자의 브리핑을 받은 뒤 방문이 끝났다. 이곳은 공사중이어서 손님들이 실제 보고 싶어 한 화장장(화장장: 공동소각 화장을 하는 곳으로 장의실, 대기실, 관보관실, 소각로 등의 설비를 갖추고 있음)은 못보는 아쉬움이 있었다.

통역가이드는 손님들의 열성과 방문에 임하는 정성스러움에, 뭔가 도움을 주고싶은 마음이 생겨 손님들이 원하는 화장장을 혹시 먼발치에서나마 볼 수 있게 해보려고 브리핑한 담당자에게말을 꺼내니, 자기는 담당자가 아니어서 아무런 권한이 없고, 저쪽에 있는 수위아저씨한테 간청해보라고 귀띔을 해주었단다.

태권도 덕분에 푸대접이 환대로 바뀌다

수위아저씨한테 가서 안되는 일을 되게 하려고 부탁할 땐 늘 그렇듯, 인사를 정중하게, 밝은 미소를 띄고 하고, 이러저러 해서 화장장 겉모습이라도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사정을 했다.

"공사중이라 일반인으 접근금지 입니다." 짧고 차갑게 정색을 하며 거절했다. 그래도 아시아에서 비행기 타고 11시간 넘게 달려왔는데,,,좀 안되겠냐고 대빵어른이 되물었다.

"공사장에 접근했다가 사람이 다치기라도 하면 전적으로 제 책임입니다." 지극히 이성적이고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더이상 반박할 수도 없었단다.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접는데, 수위아저씨가 옆통수에다 던지는 말은 평생 막힌 귀가 뚫린 기적이라도 일어난 듯한 격한 전파로 전해져왔다.

수위아저씨: "아시아요? 혹시 한국인이세요?"

대빵어른: "예, 한국인 맞는데요…!"

대답을 듣는 동시에 깐깐하던 수위아저씨의 얼굴이 활짝 펴지더란다.

수위아저씨: "저 태권도 배워요."

이곳이 바로 깐느(Cannes) 영화제로 유명한 깐느였다. 이곳에는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박문수 사범이 사는 곳이다. 태권도장을 열어 프랑스에 태권도를 널리 알리고 있기도 하다. 깐느 도장에서 울려퍼지는 박사범의 한국어 구령 "차렷~ 경례~ 앞차기 하나 둘 셋 넷, 둘둘 셋넷~"을 들으면 마음이 절로 뿌듯해지는 현장이다.

수위아저씨는 태권도 배운다고 박사범을 아느냐고 물어왔단다. 당연히 아주 잘 안다고 하니, 수위아저씨는 자기 소개를 다시 하더란다.

수위아저씨: "저는 박사범님의 제자입니다."

하고는 한국인들을 만난 것을 너무 너무 반가워했다. 그리고 ㅂ행기 타고 한국에서 화장장을 보러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다고 하면서, 공사중이라 전원이 다 들어갈 수는 없고 대표 몇 사람만 빠른 시간 내에 둘러보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태권도 덕분에 결국 못볼줄 알았던 방문지까지 둘러보게 되어 아주 만족스럽게 방문을 마치는 유종의 미를 거뒀단다.

댓글 쓰기

Photo News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