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 박태환 수영은 ‘경제학 개론’
![]() |
||
▲ 수영 금메달 2연패에 도전하는 박태환이 24일 오전(현지시각) 런던 올림픽파크 아쿠아틱 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
[런던(영국)=올림픽 특별취재단]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다. 박태환의 수영은 ‘경제학 개론’이다.
마이클 펠프스(미국)를 수영 황제로 키워낸 밥 바우먼 코치는 수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에 대해 ‘효율성’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했다.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 멀리나가는 것. 비용과 리스크에 해당하는 물의 저항을 최대한 줄이는 것. 팔 다리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최대 효과를 얻는 것.
28일 펼쳐지는 남자 자유형 400m에 출전, 올림픽 2연패 시동을 거는 박태환의 수영은 바로 ‘효율성’을 극대화 시킨 수영이다. 그 ‘효율성’이야말로 신체 조건이 불리한 박태환이 금메달을 넘어 세계신기록까지 노릴 수 있게 하는 비결이다.
■I자 스트로크
밥 바우먼 코치는 “최근 10년 사이에 남자 자유형에서는 혁명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전 시대 자유형 스트로크의 정석은 ‘빅 S’ 스타일이었다. 손을 물에 넣은 뒤 머리 쪽에서 어깨쪽으로 뺐다가 다시 배 부근을 지나면서 배쪽으로 붙인 다음 마지막 순간 옆구리 쪽으로 빼냈다. 물의 저항을 피하면서 팔 근력의 소모를 줄이는 방식이다. 팔꿈치가 굽혀진 상태에서 움직인다.
하지만 스포츠 생리학의 발전과 함께 ‘근력 강화’라는 자본이 투입되면서 ‘빅 S’ 스트로크는 ‘I’ 스트로크로 바뀌었다. 손을 물에 넣은 뒤 곡선을 그리지 않고 팔을 직선으로 뻗은 채 그대로 돌린다. 마치 노를 젓는 것과 같다. 그만큼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박태환도 I자 스트로크로 물을 헤치고 나간다. 50m를 가는 동안 스트로크의 숫자는 겨우 29번 안팎이다.
■손과 엉덩이
![]() |
||
박태환 전담코치인 마이클 볼도 “박태환의 손 동작은 고칠 데가 없다”고 말한다. 박태환의 손 기술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스트로크 동작에서 거품이 일지 않는다. 손이 지나가는 자리에 거품이 많을 수록 ‘효율성’은 떨어진다. 스트로크 때 손이 물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도 완벽하다. 손가락이 살짝 벌어진 채 물 속으로 미끄러지듯이 들어가면서 물의 저항을 없애 버린다. 물 속에서 손으로 물을 밀어내는 동작에서도 주변에서 기포가 생기지 않을 정도다.
노민상 전 대표팀 감독은 “경기 때 보면 다른 선수들의 엉덩이는 물 속에 잠기지만 박태환은 엉덩이가 물 위로 보인다”고 말한다. 예전 수영 이론에서는 마치 수상용 비행기처럼 ‘머리를 높이, 엉덩이를 낮게’가 정석이었다. 하지만 밥 바우먼 코치는 “이같은 자세는 시속 56㎞ 이상일 때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최근 수영은 ‘머리를 낮게, 엉덩이를 높게’가 정석이다. 이 것이 박태환의 수영자세다.
■강력해진 키킹
자유형에서 키킹은 가장 강력한 추진 수단이다. 하지만 키킹의 남용은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 키킹을 할 때 사용하는 다리 근육은 몸의 근육 중 가장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 수영에서 ‘오버 페이스’는 키킹을 남용했을 때 일어난다. 100m와 달리 200m와 400m는 경기 내내 최고 속도를 유지할 수 없다. 필요할 때 적절하게 키킹을 해야 한다.
마이클 볼 코치는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박태환의 키킹 강화를 위해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매일 ‘키킹’으로만 수영하는 훈련 코스가 포함됐다. 호주에서는 훈련 도중 박태환이 구토를 할 정도로 강훈이 이어졌다.
쑨양과 펼칠 400m의 승부처는 250m 안팎이 될 전망이다. 힘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잠영은 2차례 안팎으로 써야 한다. 자칫 무리한다면 잠영의 스피드가 떨어져 효과를 얻을 수 없다. 250m 안팎 지점에서 갈고 닦은 잠영을 사용하며 앞서 나간 뒤 ‘2피치, 6킥’(팔 2번 젓는 동안 발차기 6번)으로 대표되는 폭발적인 스퍼트가 이뤄진다면 쑨양을 따돌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박태환의 ‘경제학 개론’ 수영은 28일 저녁 시작된다.
댓글 쓰기
댓글 작성을 선택하시고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