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우리가 품새에서 깨달아야 할 것은?

이경명 / 태권도문화연구소 소장



   
 

동양의 전통적 사고에서 자연과 인간에게 나타나는 모든 현상은 ‘기’로서 설명된다.

1년 사계절이 번갈아 나타나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눈 ․ 비가 내리며 이슬과 서리가 맺히는 등의 자연 현상은 모두 기에 의한 것으로 이해된다.

태권도 품새는 이와 같은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장이 태극 품새이다. 팔괘에 따른 모든 현상의 상위 개념을 태극이라 칭하고 있다. 태극 품새에 보이는 천지간의 모든 현상은 기의 작용에 의해서이다. 인간의 생명도 기에 의한 현상으로 봐야 한다.

이러한 모든 현상들은 모두 기의 작용, 곧 음양의 두 기운이 서로 접촉하고 조화함으로써 나타나는 것들로 설명할 수 있다. 음양의 두 기운의 상호 작용 가능성은 ‘극즉반(極則反)’의 원리에 따르는데, 곧 ‘극에 이르면 반대로 진행된다’는 이치다.

음양의 두 기운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작용으로 설명된다. 이리하여 천지 간의 여섯 가지 현상은 이 음양의 두 기운이 서로 접촉하고 융합함으로써 구체적인 사물과 자연 현상까지 만들어 낸다고 보는 것이다.

팔괘란 건•태•이•진•손•감•간•곤을 이르는데 구체적 자연 현상은 하늘•못•불•우레•바람•물•산•땅으로 드러남이다. 이 여덟 가지 잔연 현상(형상)의 기질(질료)이 인간이 타고난다고 보는 것이다.

기로부터 천지가 형성되고 천지의 기운이 상호 작용함에 따라 음양의 두 기운이 나누어져 나오며, 그로 인해 구체적인 사물과 자연 현상, 더 나아가 인간의 기질까지 만들어 낸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볼 때 태극 품새는 인간의 자연적 생명관을 담고 있다. 기가 천지를 창조하고 천지의 두 기운이 그 다음으로 사물과 자연 현상을 낳는다는 사상이다. 기는 생명체의 근원이다.

인간의 몸뚱이는 기의 집합체이고 인간의 성질은 기의 유동체라는 것이다. 인간 역시 그 밖의 사물과 같이 음양의 두 기운에 의해 생성되지만, 그 타고나는 기운이 다르다는 것이다.

태극 품새는 인간의 신체에 비유해 아직은 덜 성숙된 청소년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그 수련 과정이 그러하고 영글지 않은 성질도 매한가지이다. 태권도에서 수련과정의 구분이 급과 품, 급과 단의 구분처럼 유급자와 유단자 품새 구분이 말해주고 있다.

때문에 급의 수련과정은 위계에서 보이는 것처럼 급은 하향성(8~1급)으로 드러나고, 단은 상향성(1~9단)으로 급과 단 과정은 반대 현상인 것은 오묘한 천리에 있다. 즉 인간의 생명은 하늘에서 시작이고 인간의 귀의처도 역시 하늘이라는 순환 체계처럼 인간은 자연의 모습을 담는다.

자연 질서를 인간질서의 준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중국 고대인들은 인간은 자연을 닮은 모습으로 태어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즉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을 닮은 것이요, 발이 네모진 것은 땅을 본뜬 것이다. 하늘에는 사계절 오행•구해•365일이 있으므로, 사람도 사지•오행•구규•365마디가 있다. 자연계에 바람•비•추위가 있으므로, 사람에게도 받음•줌•기쁨•노여움의 행위와 감정이 있다.

인간은 대우주인 자연에 비해 소우주라고 한다. 이는 자연과 인간은 서로 반응한다는 뜻이다. 유단자용 ‘태극인’ 품새는 인간됨의 첫걸음으로서 문무겸전을 목표삼고 지상에서 직립하며 천지의 기운을 동작으로 표현하며 심신을 단련한다.

소우주로서의 인간은 자연과 하나로 그 뿌리는 생명사상에 있다. 인간은 하늘과 땅을 연결 짓는 소우주일 뿐 아니라, 자기의 운명을 지배하는 주재자이며 자유로운 자기 창조의 정신이다(미라돌라). 그 정신은 고귀한 생명사상에서 싹트고 싹틔워야 하는 것이 일여(一如)의 가르침이다.

품새 수련을 통한 기술의 숙달은 기본이다. 품새를 수련한다는 것은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의 깊이에 있다. 인간과 자연은 하나라는 생명사상에서 소우주로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우주와의 소통을 통한 생명의 존귀함을 통해 품새가 담고 있는 가르침을 깨달을 수 있다면 동작이라고 불리는 몸짓은 인간적인 몸짓을 말하는 것이다.

품새는 인간 생명의 과정과 인간됨의 과정을 형상화한 품새 내용은 역시 수련을 통해 그 이미 있는 철학적 가르침을 스스로 깨닫고 깨침을 통해 참인간으로 거듭하게 하는 의미와 가치성에 있다.

여기에 동양적 지혜는 중국의 ‘천일합일’, 인도의 ‘범아일여’로 요약되는데, 앞의 것은 ‘나는 하늘로 가야 된다’이고 뒤의 것은 ‘내 안의 우주’를 의미하는 것이다.

태권도에서 품새는 태극에서 태극인에 이르는 전 과정은 ‘나’라는 것 없이는 아무것도 없다는 가르침으로, 그것은 ‘하나’ 곧 ‘한’의 사상을 담고 있다. 여기서 ‘한’이란 곧 생명, 기, 에너지, 하늘, 진리 등 함의하는 것이다.

생명을 살리는 것이 가장 자연적이고 인간에게는 도덕적이다.

“인간은 자연을 본받는다”라는 의미는 태권도의 일관된 닦음, 그 중 품새를 통해 우리가 깨우침을 얻어야 하는 것은 생명사상이다. 그것은 태극에서 일여에 이르는 전 과정이 ‘인간은 자연을 본받는다’라는 화두가 ‘하나’ 곧 ‘한’의 회귀성 원리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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