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새마을운동 필요할 때다

김근태 / 새누리당 국회의원



   
▲ 김근태 새누리당 국회의원

지난 달 농어민 정책팀의 일원으로 농촌지역을 방문했다. 오랜 가뭄으로 논과 밭이 온통 주름졌다. 당연히 농민들의 시름도, 얼굴의 주름도 깊어졌다. 대부분 노인들이다.

농촌 인구의 심각성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고된 노동에 낮은 소득, 그리고 제한된 일자리에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났다. 노인들만이 외로이 남아 논과 밭을 일구며 고향을 지킨다.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1970년 1442만명이던 농가 인구는 1980년 1083만명, 1990년 666만명으로 1000만명 이하로 떨어진 이래, 2000년 403만명, 2010년 306만명까지 하락했다. 반면, 1970년에는 19세 이하 농업인구가 전체의 53.9%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60세 이상은 7.9%를 나타냈으나, 2010년에는 19세 이하가 13.1%로 줄고, 60세 이상이 41.8%로 크게 늘었다.

필자의 지역구인 부여군과 청양군도 해마다 평균 1000여명, 500여명씩 인구가 감소한다. 자연히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2010년 말 기준 부여군 25.1%, 청양군 28.5% 등 곧 30%를 넘어설 태세다.

1970년대 우리는 새마을운동을 경험했다. 환경개선과 소득증대를 목적으로 한 이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운동은 대한민국이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는 발판이 됐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우리 농촌, 우리 농민들을 위한 제2의 새마을운동이 절실한 이유다.

그러나 본인이 주장하는 제2의 새마을운동은 이전과 같은 사회혁신운동이나 의식개혁운동이 아니다. 말 그대로 농촌 고령화에 따른 새로운 마을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늘어나는 농촌 노인 어르신들을 위해 신도시 형태의 공동촌락 개념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현재 전국 3만 6496개 행정지 중 가구 수 20호 미만의 과소화 마을은 지난 5년간 약 1000여개 증가하여 2010년 현재 전체 농어촌 마을의 8.5%(3091개)를 차지하고 있다. 과소화 마을 중 농가 비율이 60% 이상인 곳은 약 57%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특히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노인들로서 이러한 과소화 마을에서는 빈집 증가 등 물리적 환경의 저하, 마을 공동체 단위의 기능 축소, 공공시설의 유지와 관리의 어려움 등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다. 농촌의 고령화 추세를 감안한다면, 과소화 마을은 앞으로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먼저 곳곳에 산재된 자연부락을 2~3000명 단위의 집단거주 지역으로 만들어 보자. 여기에는 숙소와 식당, 보건소, 회관 등 각종 편의시설을 조성하여 노인들이 함께 먹고 쉬며 즐길 수 있도록 하자.

농사는 영농법인 등 전문가들이 대신 지어주는 형태로 매 끼니 챙기시는 것조차 힘겨운 노인들의 노후를 국가가 관리하고 책임지자.

이렇게 되면 각 마을단위 보건소와 회관 등에 투입되는 예산과 인력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도시에 있는 자녀들도 홀로 계신 부모님에 대한 걱정 없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정부 차원에서 대기업 등을 유치, 시도별 몇 곳을 선정하여 시범사업을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공동촌락의 이점과 타당성이 충분히 입증된다면, 전 농촌지역으로 확대하여 시행하자.

저 출산 해소를 위한 공약과 대책들이 물밀 듯 쏟아지는 이 때, 국가는 농촌 인구의 고령화 해소를 위한 청사진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우리와 같이 농어촌 마을의 과소화 현상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이뤄지고 있다.

과소지역 마을정비 사업의 하나로 기초적인 조건이 현저하게 저하된 마을 또는 고립, 산재된 주거를 중심마을로 이전시키며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는 ‘마을 등 이전사업’을 시행 중이다. 우리도 이러한 사업을 벤치마킹하며 적극적으로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윤봉길 의사는 그의 저서 <농민독본>에서 농업을 “민족의 생명창구”라고 했다. 생명의 열쇠를 지고 있는 것이 바로 농민이라는 것이다.

농촌이 살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도 기대하기 힘들다. 더욱이 노인들로 구성된 20가구 미만의 마을이 급증하며, 전통적인 촌락구조가 붕괴되고 고유문화마저 소멸될 위기에 처해 현 상황에서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2의 새마을운동이 무엇보다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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