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룬’ 그녀, 금메달 짝사랑도 결실 맺을까?

런던올림픽 태권도 여자 국가대표 이인종 선수



   
 

"프러포즈요? 벌써 잘됐는데…^^."

런던올림픽 +68kg급에 출전하는 여자태권도 대표팀 이인종(30·삼성에스원)의 사랑이 결실을 맺었다. 그녀는 최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2년 런던올림픽 D-30 미디어데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당당히 프러포즈 하겠다"고 깜짝 고백을 했다. 이 고백은 곧 당사자의 귀까지 퍼졌다.

이인종은 "이 인터뷰를 하고 엄청 전화가 많이 왔어요. 물론 그 사람한테도 왔죠. 그래서 내가 짝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이 맞다고 했죠. 좋아하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거든요. 해피엔딩이죠"라고 웃었다. 늘 곁에 있는 남자라고 했지만, 누구인지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는 기분 좋은 런던행이 가능해졌다며 10대 소녀처럼 웃었다.

그녀의 풋풋한 짝사랑이 성공한 것과 달리, 금메달을 향한 짝사랑은 아직 진행중이다. 이인종은 금메달의 의미를 ‘시원한 물한잔’이라고 표현했다. 갈증났을때의 간절함과 같다고 했다. 그럴만 했다. 이인종은 적지 않은 나이에 3전4기만에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최종에서 중학교 선배에게 아쉽게 고배를 마신 2000년 시드니올림픽, 예선에서 탈락한 2004년 아테네올림픽, 결승에서 황경선에 무너진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올림픽 무대는 번번히 그녀를 외면했다.

사실 이번 올림픽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작년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선발전에서 0대9, 0대10 선수생활동안 한번도 겪어보지 않은 참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인종은 "올림픽 선발전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했어요. 항상 경기장에 와주셨던 부모님도 ‘이제 그만할때가 된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고 했다. 마음을 비운 것이 오히려 주효했다. 그녀는 "최종전 전날까지 ‘엄마 이제 마지막 시합이야’라고 했어요. 그런데 덜컥 된거죠. 마음을 비웠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 앞에 서려니 설레네요"라며 웃었다.

태권도만 생각하고 산 20년이었다.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초등학교 4학년때 도장에 처음간 이인종에서 태권도는 운명이었다. 금방 재미를 붙인 이인종은 태권도팀이 있는 고양중학교로 진학하며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고3때 대표팀에 발탁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선수생활의 마지막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태권도가 좋단다. 이인종은 "저는 태권도가 너무 좋아요. 그런데 체력훈련할때는 너무 힘들어요. 그래도 태권도를 잘하기 위한 과정이니까 감수하는거죠"라고 말했다.

부상때도 부진때도 항상 긍정적인 그녀다. 2009년,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2위에 머물러 그녀를 따라다니는 ’2인자’ 꼬리표도 호재로 삼을 계획이다. 대표팀 김세혁 감독은 "같은 체급의 안새봄 박혜미는 많이 노출됐다. 그런데 이인종은 매번 2위를 해서 그런지 경쟁자들이 잘 모른다. 이인종은 골반이 유연해 얼굴차기에 능하다. 비밀 병기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메이저대회 때마다 한국선수를 연거푸 꺾어 ‘한국킬러’로 불리는 같은 체급의 글라디 에팡(프랑스)이 부상으로 런던올림픽에 나오지 못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한결 부담을 덜었다.

이인종의 좌우명은 ‘현존천국(지금 있는 곳이 천국이다)’이다. 그녀는 힘든 훈련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숙소 형광등 밑에는 금메달이 걸려 있다. 물론 진짜는 아니다. 초콜릿 금메달이다. 이인종은 "다른 곳에 갈 때도 갖고 가고, 목에도 걸어보고, 룸메이트도 걸어주고 해요. 상상만으로도 힘이 되거든요"라고 웃었다. 과연 그녀의 금메달을 향한 짝사랑도 진짜 사랑처럼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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