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만 있다 보니…출산율 저하 고민하는 태권도장

30여 년 전 기자가 초등학생일 때 학교 인근 태권도 체육관에 다녔다. 그때만 해도 태권도는 어린이들은 물론 성인들도 즐겨 배우는 호신술 겸 체력단련 운동이었다.

그러나 요즘 대부분 체육관에는 어린이들만 우글거린다. 아이들이 몰리자 태권도 체육관에서 어른들은 점점 발걸음을 돌리게 됐다. 어쩌다 체육관을 찾아가도 쑥스러워서 그냥 나올 수밖에 없다. 이제 태권도장에서는 성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태권도 체육관에 어린이들이 대거 몰린 것은 건강과 호신에 대한 부모들의 열의 덕분이었다. 체육관 측에서도 관리에 신경이 쓰이는 성인보다는 말도 잘 듣고 관리에 어려움이 없는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만을 운영하게 됐다. 체육관에 어린이만 득실거리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한다.

외국의 경우 어린이보다 성인이 더 많은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외국 태권도 수련자가 우리나라에 오면 매우 낯선 풍경에 어색해한다고 한다.

어린이만 많은 태권도 체육관은 결과적으로 큰 위기를 불러왔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아이들 숫자가 줄자 체육관을 다니는 어린이들도 같이 감소한 것이다. 이는 숫자로 잘 나타난다.

부산태권도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부산의 승단, 승품 심사 총 응시자 수는 3만 3천여 명이었다. 이후 이 숫자는 줄기 시작해 2005년 3만 1천여 명, 2006년 2만 9천여 명, 2007년 2만 7천여 명으로 감소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2만 4천여 명까지 내려왔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줄 것으로 보인다. 불과 7년 사이에 27.5%나 감소한 것이다.

어린이 회원이 줄면서 수입도 감소하는 바람에 상당수 체육관들은 운영에 큰 애를 먹고 있다. 체육관을 운영하다 팔려고 내놓거나 아예 문을 닫는 곳도 적지 않다고 한다. 과거 손쉬운 운영을 위해 어린이들만 받아들였던 게 지금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태권도계에서는 이 때문에 최근 성인 회원을 어떻게 다시 불러 모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성인들을 체육관으로 복귀시키지 않는 한 운영난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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