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河칼럼] 화이부동(和而不同)

박완규 주필

박완규4바르셀로나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중심으로 지중해에 닿아 있는 항구도시다. 북부 카스티야 지방에는 수도 마드리드가 있다. 두 지역은 언어와 문화가 매우 다르다. 카탈루냐는 남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데다 1400년대까지 800여년 동안 이슬람의 지배를 받는 동안에도 비교적 독자적인 문화를 영위했다. 그러다보니 고집도 세고 독립하려는 의지도 매우 강하다.

레알 마드리드의 광(狂)팬인 독재자 프랑코가 1939년 내전에서 승리하자 카탈루냐에 있는 분리독립주의자와 공산주의자들을 무자비하게 처벌했다. 이 와중에 카탈루냐의 자존심인 바르셀로나팀마저 해체시켰다. 정권이 완전히 프랑코의 손에 넘어가자 바르셀로나 축구팀의 홈경기장에선 정치적인 반감과 분노 표출을 허용했다. 중앙 정치권력이 마드리드에 몰려 있는 탓에 카탈루냐 지방은 오랫동안 정치적 차별을 받았다.

최근에 끝난 ‘유로 2012’에서 스페인이 우승을 차지했다. 남아공 월드컵과 유로 2연패라는 초유의 업적을 달성했다. 북유럽 선수들에 비해 작은 데다 성격이 거칠고 지방색도 짙어 화합이라곤 생각조차 못했다. 이들을 조련해서 무적함대로 탄생시킨 이가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이다.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UEFA컵(2000·2002)우승에 이어, 월드컵과 유로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감독이 됐다.

2008년부터 국가대표팀을 이끈 그는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각 지역의 선수들을 골고루 중용한 뒤 “싸우지 말고 축구만 하라”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의 팀전술은 매우 간단하다. 점유율을 높인 뒤 공을 갖지 않은 선수가 빈 공간으로 침투하면 여지 없이 전진패스를 찔러 넣는다. 단순해 보이지만 선수끼리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시도하기 힘들다. 상대방으로선 속수무책이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들의 리더십이 어김없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소통이 안된다느니 카리스마가 없다느니 말이 많다. 이번 유로에서 우승하면서 경제위기에 빠진 스페인 국민의 자긍심을 되살린 델보스케 감독의 리더십이 돋보인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사이좋게 지낸다’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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