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⑥>따뜻한 동행



   
 

가랑잎 소리를 내는 메마른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밤이슬 한방울이 위로가 된다
젊은 날 흔들림의 어지러움을 벗어나고자
은행잎에 덮인 벤치에 누워
한방울 이슬에 젖어본 적이 있다
그러나 마음을 적시는 것은 이슬이 아니라
피어나지 못한 꽃망울에 얹히는 그늘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먼 훗날에 대한 공포였다

이제 돌이켜보면 어두움의 그늘을 통해
밝음으로 살아온 삶을 느낄 수 있다
하이얀 눈밭에 서면 눈끼리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눈들은 서로가 의지하여 흰 이불을 만든다
평화와 평등과 순결의 이불을 만든다
눈밭의 세계가 주는 위안을 통해 파릇한
새싹의 봄은 오는 것이다

살로메의 도살장같은 회색의 도시 한가운데
전투하듯 무장된 삶에 지쳐있던 나는
여태껏 나에게 전해지는 위안의 사물들을
찾고자 하였다

늦은 밤 혼자 엄마의 따뜻한 품도 잊은 채
잠들어 있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느끼는 시린 독백의 세계일 수도 있고,
덧없이 덧없이만 가버리는 무심한 세월에 대한
눈흘김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른의 이기심으로 인해 상처입은 딸아이가
추운 겨울, 보일러가 터진 냉방에서
구득구득 얼어붙은 찬 밥을 혼자 삼키다
초췌한 모습으로 들어서는 아빠를 발견하고
터뜨린 눈물방울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안개꽃 사이에 얼굴을 비벼넣고
꿈꾸고 지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뼈마디가
사무치도록 일한 보람이 고작 이런 거라면
누가 이따위 보람을 별리까지 바쳐 얻어려 할까

기실 행복이라는 것은 스스로 내가 올곧음으로
살아왔다는 자긍의 세계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가까이 있는 아주 사소한 것들조차 사랑으로
조심스럽게 아우르는데 있는 것이다

이제 나는 새로운 꿈을 노래한다
바보같이 위안의 사물을 찾아 헤매지 말자고
여기 신기한 문명의 이기에서 만난 슬픈 저 이의
위안이 되구 저 이가 내 버팀목이 되기를
가랑잎소리를 내고 살아가는 메마른 삶에
더불어 한방울 이슬이 되고싶다고

그리고 외롭고 슬프게 살아가는 저편
무지개가 있는 곳에 눈길을 주는 이에게
따뜻한 동행이 되었으면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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