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교포 개개인이 대한민국의 얼굴임에야

권진아 / 자유기고가·미국 뉴욕 거주

지난 할로윈 때 아빠의 군복을 줄여 해병 여전사로 변장했다.

파란눈의 미국 청년이 한국말로 ‘헤이! 해병대’하며 하이 파이브를 했다. 발음도 너무 정확해 놀라기는 했지만 미 해병대 출신이라 한국 해병대를 알아보는구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는 곧 내 군복에 적힌 한글을 또박또박 읽어내려갔다. 그는 한국어를 태권도 사범으로부터 배웠고 한국을 자주 다녀온 것도 한국어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외국인이 내 왼쪽 가슴의 태극기를 알아보고 한국어로 말을 건넸다. 한인 친구들도 많고 한식도 좋아한다며 말을 이어갔다. 나도 모르는 한국의 음주, 유흥 문화와 최신 욕인지 은어인지를 자랑스럽다는 듯 가르쳐 주려 했다.

한술 더떠, 한인들이 본인 앞에서 웃는 얼굴을 하며 자신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알아들을 때가 제일 재미있단다. 이 너그러운(?) 청년은 낄낄거리고 있었지만 나는 그런 어글리 코리안이 누구인지 부끄러웠다. 웬만한 한인 2세들보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을 짧은 시간에 두 명이나 만나고 보니, 그동안 타민족들 앞에서 했던 나의 행동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되었다.

요즘 한류다 K-Pop이다 해서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많다. 한사람의 잘못된 언행들이 한국인 전체를 욕보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타민족을 대할때 지나치게 친절하여 비굴한 인상을 줄 필요까지는 없다. 하지만 그들만의 문화 다양성과 다른 가치관은 존중되어야 한다. 우리가 조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거나, 소수의 몇몇이 나쁜 행동을 했다고 "쟤네들이 다 그렇지 뭐!" "저 민족들은 다 무식해"하며 폄하해서는 안된다. 이유없는 외국인 차별 문화는 우리 세대부터 변해야 다음 세대에 진정한 평화를 물려줄 수 있다.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외국인이려니 지레 짐작하고는 무례한 말들을 내뱉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부모 한 사람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인 혼혈이거나,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화교 또는 단순히 외모만 외국인 같은 100% 한인인 경우가 많다.

지하철 옆좌석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보이는 외국인 얼굴이나 옷차림을 면전에 두고 쏙닥거린다던지, 호칭없이 ‘얘’ ‘쟤’ 하는것도 굉장히 무례하다. 아무리 앞에 있는 사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급하지 않다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말하는 것이 좋겠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듣고 있는 외국인으로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가 불쾌해 할 수도 있다. 타민족 종업원을 부를 때도 나이와 인격을 생각해서 ‘야, 임마!’ 하고 부르기 보다는 이름을 불러주면 좋을 듯하다. 아무리 종업원이라도 그들 역시 한 가정을 지키는 가장임을 생각한다면 그들을 쉽게 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말로 인한 상처나 불쾌함은 확연히 보이지는 않지만 외상의 흉터보다 더 오래가기도 한다.

한 지인의 경우는 새로 인수한 가게의 매니저가 흑인이라 항상 경계하고 신뢰하지 않았다. 하루는 그 가게에 강도가 들었는데, 위기에 처한 주인을 "아줌마! 뒤에 조심하세요" 소리쳐 구한 적이 있다고 한다. 왜 한국말 못하는 척했냐고 물으니 그는 처음부터 자신을 못마땅해 하며 막말을 해서 그 주인들이 무안할까봐 차마 자신이 한인 혼혈이고 한국어를 구사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말조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 타민족을 폄하하는 은어 등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은어들을 사용함으로써 지칭하는 타민족들보다 우리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의 인격만 낮아질 뿐이다. 정화되지 못한 언어들은 식중독처럼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수 있다. 나 한 사람의 잘못된 행동이 타민족들로 하여금 ‘한국사람은 모두 무례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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